한국 로펌 중국서 활동 힘든데…중국 로펌은 잇따라 서울 상륙

입력 2020-06-07 18:18   수정 2020-06-08 01:09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내 로펌들도 중국 관련 서비스를 포기할 순 없죠.”

국내 법무법인(로펌)들에 중국 시장은 쉽지 않은 곳이다. 국내 기업들을 따라 2000년대 후반 로펌들도 중국에 동반 진출했지만 현재 주목할 만한 대형 로펌 사무실은 태평양과 지평 정도다. 중국에서 할 수 있는 한국 로펌들의 업무 영역이 제한적인 데다 중국 로펌들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중국에서 법률 서비스를 받으려면 중국 로펌을 직접 찾는다.

국내 중소기업인 A씨도 최근 중국 로펌과 탈(脫)중국 전략을 짜고 있다. 그는 10여 년 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공장을 세웠는데 원청회사의 매출이 줄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A씨는 사업 정리를 위해 국내 로펌의 소개로 중국 로펌과 계약을 맺었다. 투자금액 및 자산이 수백억원대 규모다. A사 관계자는 “직원 임금, 세금 및 채권·채무 정리, 자산매각 등 절차가 최소 1~2년은 걸린다”며 “상당수 절차가 관청이나 세무관서의 승인 및 허가와 연관돼 있어 현지 변호사들이 더 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국내 로펌의 서비스는 중국 로펌과의 중개·지원에 맞춰진 경우가 많다. A씨처럼 사업을 정리하거나 철수하는 사례보다 중국 내 사업을 축소하거나 구조조정, 매각(M&A)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직원 수나 공장을 축소하고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작년 11월 말 법무법인 지평이 상하이에서 연 ‘동남아시아 국가 투자 설명회’도 결국은 ‘탈(脫)중국’의 성격을 띤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지평의 8개 해외사무소 관계자들이 중국 내 국내 기업과 교민을 상대로 동남아 투자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지평 상하이사무소의 박영주 변호사는 “중국에서 사업이 어렵다고 문의하는 국내 기업은 많다”면서도 “아직 사업을 청산하기 위해 국내 로펌에 일을 맡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코로나19로 국경 간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중국 비즈니스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법률 서비스는 올 하반기 이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계 로펌들의 한국 진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식재산권(IP) 분야에 강점이 있는 리 인터내셔널 법률사무소는 올 들어 ‘덴튼스 리’로 간판을 바꾸고 지난달 서울에 중국팀을 설치했다. 중국의 로펌 다청(大成)에서 근무했던 쉬창룽 중국변호사 등이 서울 데스크를 맡았다. 세계 주요 국가에 1만여 명 이상의 변호사를 둔 덴튼스리는 다청과도 제휴하고 있다.

중국 글로벌 로펌인 잉커(盈科)도 작년 말 한국사무소를 열었다. 잉커는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아웃바운드)는 물론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인바운드)와 관련한 법률 서비스를 한국 로펌을 거치지 않고 직접 다루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전문 부티크 로펌인 리팡이 2018년 중국 로펌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한 바 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특허 출원이 많고 현지에서 특허권을 둘러싼 중국 기업과의 소송도 적지 않아서다.

쉬창룽 덴튼스리 중국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 구조조정과 철수, 청산에 관한 법률자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반대로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엔 올해부터 새로 시행되는 중국의 신(新)외국인투자법에 따른 현지 투자자와의 협상, 합자계약, 정관 수정 등 영역에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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