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9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띠, 띠, 띠, 띠~"
음성이나 영상으로 현재 시각을 알려주는 '시보 광고'는 1985년 처음 등장했다. 저녁 9시 TV뉴스 시간대를 알리는 광고로 시청률이 높아 '황금 시간대'로 통했다. 휴대폰 등 가전제품 등이 시보 광고의 단골 아이템이었다.
올해 밤 시간대 시보 광고에는 역대 최초로 커피 광고가 등장했다. 동서식품의 '카누 디카페인'이 그 주인공. 카누 디카페인 시보 광고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에 이어 이달 세번째 시보 광고를 내놨다. 임산부 등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이 마시던 특수 음료에서 일반인이 즐기게 된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카페인 커피 수입규 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디카페인 커피 시장은 국내 전체 커피 시장의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전체 커피 수입량이 전년 대비 5.8% 증가한 데 비해,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44% 늘었다.
디카페인 커피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커피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 350잔 이상. 하루 2~3잔을 마시는 사람도 많다. 습관처럼 마시는 대중적인 음료가 되면서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디카페인을 찾는 사람이 함께 증가했다.
단체 회식이 사라지고 술 마신 뒤 2차 대신 카페를 가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도 디카페인 커피 시장을 키우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맛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카페인 제거 기술이 개발된 것도 소비를 늘리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의 기준은 카페인을 97% 이상 제거했을 때를 말한다. 스타벅스는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공정으로 카페인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동서식품은 "임산부 등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이 마시던 디카페인 커피를 이제 오후나 저녁 시간에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올 들어 1~5월 디카페인 카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4% 증가했다"고 말했다. 카누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 측은 "카페인 없이도 풍미 깊은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로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 마셔도 편안한 커피'라는 내레이션을 넣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따르면 (점심 시간대를 제외하고) 디카페인 음료가 가장 많이 판매된 시간대는 오후 3시~5시(16%)였다.
저녁 식사 직후인 오후 7시~9시(15%)에도 디카페인 커피가 집중적으로 판매됐다. 상권별로는 주택가가 가장 높았고, 오피스 상권과 유흥 상권 등의 순으로 많이 팔렸다. 10명 중 1명 꼴로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다.
디카페인 커피를 선호하는 연령대는 30대가 1위, 20대가 2위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2018년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이 전년 대비 46% 증가한 뒤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며 "커피를 많이 마시는 20~30대가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판을 키우면서 올 들어 이디야커피,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탐앤탐스, 맥도날드 등이 디카페인 커피를 정식 메뉴로 올렸다.
캡슐커피에도 디카피인이 등장했다. SPC그룹의 커피앳웍스는 캡슐 커피 '녹턴'에 디카페인을 추가했고, 네스프레소도 카페인 없는 캡슐을 출시했다.
컵커피 1위 브랜드인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도 올해 신제품으로 디카페인 컵커피를 내놨다. 컵 커피 분야 최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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