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정치국 회의를 열었다. 최근 논란이 된 대북 전단 등 대남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가 7일 진행됐다"라면서 "나라의 자립경제를 더욱 발전시키며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하는 데서 나서는 일련의 중대한 문제들이 심도 있게 토의됐다"라고 보도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통일전선부가 잇달아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는 담화를 발표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폐를 하며 남쪽을 압박했지만,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대남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화학공업 발전과 평양시민 생활 향상 방안 등 민생 논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의는 김 위원장이 정치국 위임을 받아 주재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보도는 지난달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4차 확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노출한 지 15일 만이다.
정치국 회의에서는 △화학공업 발전 △평양시민 생활 보장 △현행 당규약 개정 △조직(인사) 문제가 논의됐다.
김 위원장은 "화학공업은 공업의 기초이고 인민 경제의 주 타격전선"이라고 강조하면서 국산 원료·자재를 토대로 한 다방면적인 생산체계 구축, 국가적인 과학연구역량 강화, 인재 양성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석유 대신 북한에 풍부한 석탄을 원료로 활용하는 '탄소하나화학공업'과 국산 원료를 활용한 '카리(칼륨)비료공업' 창설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또 평양시민의 생활 보장을 위해 시급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했으며 살림집(주택) 건설 등 인민 생활 보장과 관련한 국가적인 대책을 세우는 문제를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화학공업 발전과 평양시민 생활 향상에 관한 결정서가 전원일치로 채택됐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북제재 장기화와 함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치면서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난 속에서 각종 성과를 독려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고자 하기 위함인 것이다.
회의에서는 현행 당 사업의 규약 개정과 인사 문제도 토의됐다. 권태영 상장을 비롯해 군 장성들이 대거 당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약 3분의 2가 군 장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달 당 중앙군사위원회 인사에 따른 선출로 보인다.
평양시당 위원장인 김영환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했으며, 고길선·김정남·송영건을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리재남·권태영·권영진을 당 중앙위원으로 보선했다.
또 림영철·강일섭·신인영·리경천·김주삼·김정철·최광준·양명철·김영철·박만호를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보선했다.
'혁명성지'가 자리한 삼지연군 당위원장인 양명철은 군 당위원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회의에는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고 후속 조치를 경고한 김 제1부부장도 함께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월11일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후보위원으로 복귀했다.
김 제1부부장의 좌우에 김정관 인민무력상과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앉았으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최부일 당 군사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도 배석했다.
지난 2월 당 정치국 확대 회의를 통해 당 조직지도부장에서 해임된 리만건도 회의 석상에 등장했다. 리만건이 지난 4월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이번 당 정치국 회의 등의 보도 사진에 계속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직책에서만 해임되고 정치국 위원 자격은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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