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때 일부 시위대가 보였던 폭력적 행태가 사그라들고 평화 시위가 자리 잡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시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주변 라파예트 광장에 이날 오전부터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였다고 보도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폭력으로 숨진 지 13일째를 맞았지만, 시위의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시위대는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도 오토바이를 탄 경찰의 호위 속에 폐쇄된 고속도로를 따라 걸으며 구호를 외쳤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며 백악관으로 향했다.
시위대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1965년 앨라배마 셀마 행진을 재현했으며, 이들은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잠시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위대의 모습을 본 주민은 냉수를 시위대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또한 일광욕을 하거나 운동을 하던 시민들도 시위대에게 환호로 화답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밋 롬니(유타)도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복음주의 신도들 수백 명과 함께 워싱턴DC에서 행진에 참여했다. WP는 이 행진 행렬은 10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전했다.
롬니 의원은 폭력과 잔인함을 끝내고 사람들이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할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계 미국인들의 사회운동 단체인 '연대를 위한 쓰루'는 백악관 앞에 나와 평화를 상징하는 종이학을 나눠줬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약탈과 방화의 무대였던 백악관 인근 H 스트리트는 흥겨운 농산물 장터 같은 분위기를 띠었다고 WP는 설명했다.
시위가 평화롭게 흘러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 배치됐던 주 방위군의 철수를 지시했다.
뉴욕에서도 통행금지령이 해제됐고 항의시위는 평화롭게 열렸다. 이날 오후 시위대 수천 명이 콜럼버스 서클 근처에서 행진을 벌였지만, 경찰은 지금까지와 달리 경찰차로 이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저녁까지도 대규모 충돌이나 체포 소식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시위대가 '투표로 그를 몰아내자'라고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자,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건너편 길가에는 진압 장비로 무장한 일부 경찰관이 배치돼 있었다.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 행진한 또 다른 시위대 수천 명도 평화롭게 걷다가 무릎을 꿇고 "역사를 만들자"라고 외쳤다.
버지니아 코먼웰스 대학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측 장군이었던 윌리엄스 카터 위컴의 동상이 전날 밤 시위대에 의해 쓰러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쓰러진 동상의 얼굴과 가슴, 다리 부위에는 노랑·빨강·파랑 스프레이로 어지럽게 낙서가 됐고, 경찰은 이 동상을 다른 곳으로 치웠다.
앞서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는 이 동상으로부터 약 1.6㎞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남부연합 장군 로버트 E. 리의 동상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민권 운동을 상징하는 제시 잭슨 목사는 이날 루이빌에서 열린 예배에서 미국의 흑인들이 오늘날 3가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직면하고 있다며 경찰의 인종차별적 폭력, 가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들었다.
잭슨 목사는 또 의회가 경찰에 부여한 면책 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경찰관)이 누군가를 죽이면 기소돼야 한다. 그들이 법 위에 살 권리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LA), 세인트폴, 미니애폴리스, 덴버 등에서 이미 통행금지령이 풀린 데 이어 이날도 뉴욕과 시카고, 필라델피아, 버펄로가 통행 금지를 해제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