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에 없던 사업을 해보려던 기업 중 상당수는 이런 길을 걸었다. 공유차량 서비스 ‘타다’가 이런 길을 걷다가 올 4월 끝내 사업을 접었다. 지금은 ‘농촌 빈집 숙박’과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이 타다의 뒤를 따르고 있다.
농촌 빈집 숙박은 공유경제 분야 스타트업 ‘다자요’가 2018년 4월 제주도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급증하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활용하려 했지만 1년 만에 중단된 상태다.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도 경남 하동군이 2017년 “지리산을 한국의 융프라우로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첫 삽조차 못 뜨고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다. 산업계에서 “한국은 혁신의 무덤”이라는 비관론이 커지는 이유다.
정부가 이런 ‘혁신 잔혹사’를 끊기 위해 지난 4일 ‘한걸음 모델’을 고안해 냈다. 기존 사업자 반발로 도입이 막힌 신사업 분야에서 이해관계자가 모두 모인 대화의 장(場)을 만들고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서서 신(新)·구(舊) 사업자 간 타협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드시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한걸음 모델을 적용할 과제로 농촌 빈집 숙박과 지리산 산악열차를 선정했다. 꿈이 접히는 듯했던 두 사업에 기사회생의 길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한걸음 모델이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규제 부처의 보수적인 태도다. 빈집 숙박이 중단된 데는 민박업계의 반발 외에 농림축산식품부의 ‘규제 본능’이 작용한 탓도 크다.
농식품부는 ‘농어촌에서 민박 사업을 하려면 집주인이 거주해야 한다’는 규제를 앞세워 반대하고 있다. 기재부 등 다른 부처들이 “집주인이 안 살아도 보안시스템을 철저히 갖추면 되지 않냐”고 설득하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끝까지 기존 논리를 고집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양보도 필요하다. 신규 사업자들이 규제 개혁으로 얻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기존 사업자를 위해 사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에서 승차공유업체 ‘우버’가 새로 사업을 하는 대신 1회 탑승당 1.1호주달러를 기금으로 내 기존 택시사업자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이 좋은 예다. 근본적으론 신규 사업이 번창할수록 피해를 보는 기존 사업자를 위해 직업훈련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한걸음 모델이 이런 난관을 극복하면서 한국에서도 혁신 산업이 꽃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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