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을 두고 서로 자기 몫을 주장하면서 국회법상 8일까지로 규정된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을 끝마치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상임위 구성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서 단독 원(院) 구성 의지를 보였지만 본회의를 2시간 앞두고 “상임위 정수를 조정하기 위한 특위를 설치하자”는 미래통합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야당에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여당이 독주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야, 정수 재조정 특위만 합의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 의원 정수 조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안건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1시50분께 ‘제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하면서 상임위원장 선출 등을 위한 단독 표결 의지를 내비쳤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총괄수석부대표는 “과거의 잘못된 관습을 가지고 흥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합법적으로 원 구성이 되는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21대에서는 보여주길 희망한다”며 통합당을 압박했다.
통합당은 법사위 분리, 상임위 의원 정수 재조정 등 협상책을 제시하면서 여당의 본회의 일방 개최를 반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법사위를 분리해 40~50명으로 (체계·자구 심사만 담당하는) 법제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상임위 정수 조정 등이 불가피해 (통합당의 상임위원) 배치표를 낼 수 없다”고 했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합의점을 모색했지만 법사위원장 배정 등의 주요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은 대신 통합당이 제안한 상임위 의원 정수 조정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는 데 동의했다. 특위는 민주당에서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위원장)를 비롯해 조승래 김영배 김회재 문진석 이소영 의원 등 6명, 통합당 김성원 유상범 이주환 전주혜 의원 등 4명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10일까지 조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야 모두 “법사위원장 양보 못해”
‘법대로’를 강조해온 민주당이 원 구성 시한을 넘기면서 통합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제1 야당의 동의 없이 사실상 단독으로 국회를 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인 오늘(8일) 국회 상임위 구성을 완료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원 구성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 “법적 절차를 준수하겠다”는 민주당의 명분도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있다. 이날 합의로 민주당은 보건복지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인기 위원회의 정수를 늘릴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10일 상임위 의원 정수 조정안 처리를 위해 열리는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 관련 안건까지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당이 이를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법사위원장 사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상임위 구성을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민주당은 늦어도 12일까지 원 구성을 끝마칠 계획이다. 15일부터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가 가동돼야 이달 안에 추경 처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금요일(12일)에는 상임위원 관련 부분을 매듭지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야당에 제안했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원 구성에 협상은 없었고 협박만 있었다”며 “법사위원장을 우리한테 줘도 아무런 지장이 없으면서 가져간다고 하는 것은 국회 독재, 입법 독재”라고 강조했다.
조미현/성상훈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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