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10개월 수사한 檢…"정관계 로비 실체 없다"

입력 2020-06-08 17:50   수정 2020-06-09 09:45

신라젠 임원의 ‘미공개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신라젠의 코스닥시장 상장에 여권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실체가 없다’고 결론냈다. 신라젠 전·현직 임원 등 지금까지 재판에 넘겨진 관련 피의자는 9명이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8일 10개월간 수사해온 신라젠 사건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브리핑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문은상 신라젠 대표(54)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신라젠 창립자인 황태호 전 대표(57) 등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달 29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업무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 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무자본으로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허 대금을 부풀려 신라젠 자금 29억3000만원 상당을 관련사에 지급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4일 이용한 전 대표(55)와 곽병학 전 감사(55)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문 대표가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풀려 부여한 뒤 매각이익 중 38억원가량을 돌려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500만달러를 대여한 뒤 이를 회계상 손상처리해 신라젠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로 문 대표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신라젠 사건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 및 부산대병원 주가 상승 개입 등은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가 신라젠 설명회에 참여한 증거가 있다며 이번 사건과의 연루 의혹을 제기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모임인 ‘노사모’ 등에서 활동한 이철 전 VIK 대표가 2014년 9월 신라젠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신라젠 계좌를 분석한 결과 유 이사장이나 노무현재단에 자금이 흘러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6년 설립된 신라젠은 2016년 12월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항암제인 펙사벡 개발 기대로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정도로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임상 3상 실패 소식에 주가가 폭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봤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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