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데이터 전쟁’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데이터 수요가 급증하자 미국과 중국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이 도전장을 낸 모습이다.
중국의 대표 IT 기업들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올해 들어 클라우드 등 미래 기술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텐센트는 지난달 26일 5년간 5000억위안(약 85조원)을 투자해 미래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클라우드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이 모두 포함됐다. 지난해 텐센트의 영업이익이 933억위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클라우드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2000억위안(약 3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두 역시 14억위안(약 2393억원)을 바이두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중국 정부는 3월 정부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국가 과제로 ‘신기건(新基建)’을 내세웠다. 도로, 철도 같은 구(舊)인프라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뜻한다.
미국 기업들도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근무를 선택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데이터센터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지난달 멕시코,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MS의 ‘리전’은 54개에서 61개로 늘어난다. 리전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복수의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고객에게서 가까운 곳에 리전이 있으면 그만큼 서비스 속도가 빨라진다.
클라우드 시장의 후발 주자인 오라클도 올해 말까지 세계에 36개 리전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인 AWS는 전 세계에 24개 리전을 두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을 둘러싸고 세계 IT 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이유는 클라우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근간이 되는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흔히 ‘4차 산업혁명의 ABC’로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꼽는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하는 비즈니스를 하려면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수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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