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려 박사와 이태석 신부를 기리는 여행이 오는 7월부터 부산에서 진행된다. 취약계층에 대한 봉사와 나눔의 실천활동을 하며 기념관에서 헌신과 사랑의 정신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부산시와 부산시자원봉사센터는 다음달부터 자원봉사 명소를 알리고 자원봉사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메모리즈 부산 볼런투어(자원봉사 여행)’를 운영한다고 8일 발표했다.
‘볼런투어’란 자원봉사자(volunteer)와 여행(tour)을 결합한 단어다. 메모리즈 부산 볼런투어는 자원봉사와 관련해 상징성이 있는 곳을 발굴,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원봉사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배움의 코스는 부산 산복도로에 자리잡고 있다. 부산 동구 영초윗길에 있는 장기려 박사 기념 더나눔센터, 서구 천마로 50의 이태석신부기념관 등 나눔과 헌신의 상징인 명사들의 기념관을 중심으로 2개 코스를 구성했다. 자원봉사 교육, 기념관 견학, 취약계층을 위한 자원봉사활동, SNS 홍보활동 등이 진행된다.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린 성산 장기려 박사(1911~1995)는 가난한 사람은 제대로 의사 구경도 못 하던 시절, 환자를 치료해준 것은 물론이고 진료비도 기꺼이 대신 내줬다. 병원비를 못 내는 환자들이 밤에 도망갈 수 있도록 병원 뒷문을 열어준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평안북도 용천이 고향인 그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월남해 부산 영도에 정착했다. 이곳에서 고신의료원의 전신인 복음병원을 세워 평생 가난한 사람을 보살폈다.
최초의 민간의료보험인 청십자의료보험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싸면서도 질 높은 의료 혜택을 누리도록 했다. 이 의료보험을 모태로 나온 게 바로 국민건강보험이다. 빈부나 나이 구분 없이 만인에게 자기를 낮춰 감동과 가르침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선종 10주기를 맞은 이태석 신부(1962~2010)는 ‘남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렸다. 장래가 보장된 의사의 길을 버리고 아프리카의 오지 남수단 톤즈에 선교 사제로 부임해 학교와 병원을 세우는 등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왜 의대를 졸업하고 신부가 됐느냐는 질문에 “나는 돌을 들고 있는데, 다이아몬드가 보이면 돌을 버려야 하지 않겠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런투어는 월 1회 4시간 활동하는 정기활동(7~10월), 주 2회 2시간 활동하는 상시활동, 언제나 견학 가능한 일반활동 등으로 나뉜다. 장기려 코스는 두 번째 수요일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운영된다. 이태석 코스는 세 번째 목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운영된다. 기념관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견학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며 참가 신청은 단체, 개인 등 누구나 할 수 있다. 20명 안팎인 단체는 참가신청서를 제출하고, 개인은 1365자원봉사포털에서 신청하면 된다.
시는 산복도로에 자리잡은 근현대 인물사 박물관과 걷기 좋은 부산 관광 콘텐츠와도 연계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관광정책을 펼칠 방침이다. 이범철 시 행정자치국장은 “부산의 자랑이자 사랑과 헌신의 상징인 장기려 박사와 이태석 신부의 고귀한 삶을 널리 알려 자원봉사가 시민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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