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내줄 수 있는 '당근'은 무엇이 있을까.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지난달 말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오는 27일까지 인수 의사를 밝히면 계약을 연장할 수 있지만, 무조건 연장을 해 줄 수는 없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는 최후 통첩이다. HDC현산 측은 아직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인수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이 내용증명은 사실상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압박이자 구애의 몸짓이기도 하다. 인수 의지가 아직 있다는 것만 분명히 밝혀 준다면 다른 모든 조건은 다시 원점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채권단 내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인수의지를 밝히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 종료를 선언하자고 하는 강경론이 점점 더 힘을 받고 있다. 6월 말이라는 1차 거래종결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이 시기를 중요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이다.
대신 채권단 내에서는 다양한 '반대급부'가 거론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이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만큼 기존 계약을 무조건 강행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상당히 형성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사태로 겪게 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지원한 자금을 향후 어떻게 처리할지부터가 협상 대상이다. 채권단은 앞서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더 넣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이달말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투입된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된다. 완전자본잠식 수준에 거의 도달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끌어내리기 위한 조치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문제를 놓고 미리 자신들과 상의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시 지분 구조에서 채권단이 2대주주로서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인수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방치할 수는 없다. 상반기 말 회계의 기준이 되는 6월 말일까지 영구채 5000억원을 넣어야 하는 이유다. 영구채 외에 대출 형태로 자금을 넣어서는 부채비율 상승으로 인한 각종 트리거 발동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면서도 현대산업개발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 채권단은 영구 CB의 전환 조건이나, 지원 자금의 상환 조건 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이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때 유동성을 어떻게 지원하고 지원한 금액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안건이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약속한 2조1771억원어치 유상증자의 시기 및 단가 역시 중요한 이슈다. 현대산업개발이 원래 계획대로 증자를 한다면, 증자의 시점은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더 이상 지분 가치의 감소가 일어나지 않을 상황에서 이뤄지길 바랄 것으로 예상된다. 유상증자를 서두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자본을 까먹다가 채권단의 증자 등으로 지분율이 희석되어 인수의 의미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이 갖고 있던 기존 주식의 대가(구주 매입대금)를 조정하는 문제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금호그룹 측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문제가 복잡하다. 금호그룹을 달래기 위한 카드가 또 필요해지고 그에 따른 책임문제도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금호산업이 보유한 주식을 꼭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사야 하는지부터 원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채권단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호산업의 보유 주식을 감자한 뒤 현대산업개발이 증자를 해서 지분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방법도 언급된다. 단, 이런 문제는 모두 현대산업개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때 거론할 수 있다는 게 채권단의 현재 분위기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발행할 주식 총수 및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자회사 에어서울 및 에어부산에 대한 지원 여부도 결정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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