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때문에"…홍콩 사태에 가슴 졸이는 투자자·증권사

입력 2020-06-09 11:05   수정 2020-06-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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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미중 갈등의 중심지가 됐다. 2016년 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하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 투자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해 ELS로 마음을 졸였던 증권사들도 위험(리스크)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중에서 시작됐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이 홍콩보안법에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내기 위해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일본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인용해 "G7 외교장관들이 중국과 홍콩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실무자 수준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명의 핵심은 중국에 홍콩 보안법 재고를 압박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투자자들은 불안하다. 2016년 이미 홍콩H지수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사례가 있어서다.

2015년 5월26일 14,801.94를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홍콩H지수는 이후 홍콩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자본유출이 발생, 1년간 조정이 이어졌다. 2016년 2월12에는 ELS 발행 당시 설정된 손실 가능구간 밑인 7505.37까지 폭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시 2015년 4~5월 발행된 10조4321억원 규모의 ELS 가운데 절반인 5조원 가량이 2016년 초 대거 손실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 수는 총 8294개다. 발행 금액은 34조7474억원에 달한다. 홍콩항셍지수(HSI)까지 더하면 총 8479개, 35조2869억원 규모다. 홍콩H지수의 미상환 잔액은 5월 말 기준 28조8711억원이다. 연초 26조7009억원보다 2조원 가량 늘어났다.

다만 홍콩H지수는 이날 오전 10시1분(한국시간) 기준 10,008.88로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관련 ELS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간은 6500~7000대다.

이 증권사 하건형 연구원은 "지난달 기준 홍콩 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포함된 ELS 미상환잔액은 유로스탁스(Eurostoxx)50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라며 "원금 손실 발생 구간까지는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했다.

증권사들도 위험 관리에 관심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홍콩H지수 관련 미상환잔액이 1조원을 웃도는 상위 8곳의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3조9000억원) 미래에셋대우(3조6000억원) KB증권(3조5000억원) 신한금융투자(3조3000억원) 삼성증권(3조원) 하나금융투자(2조8000억원) NH투자증권(3조3000억원) 메리츠증권(1조8000억원) 순이다.

김기필 금융평가실장은 "증권사들은 올 3월 ELS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 급락으로 이미 대규모 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마진콜)와 위험회피(헤지) 비용 증가를 겪었다"며 "미중 갈등 확대로 홍콩H지수를 포함해 주요 지수들의 변동성이 커지면 국내 증권사 유동성과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송렬/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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