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올 하반기부터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연 2회 상·하반기 정기 채용방식에서 연중 상시 채용체계로 전환한다고 9일 밝혔다. LG가 정기채용을 포기한 것은 락희화학공업사(1956년. 현 LG화학) 신입사원 공채이후 처음이다.
‘공채 폐지·상시채용 도입’은 지난해 초 현대자동차그룹부터 시작했다. 이후 SK그룹이 2022년까지 공채비율을 줄이면서 상시채용을 늘이겠다고 선언했고 올들어서는 KT그룹도 상시채용을 하겠다고 나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불황이 시작된 2016년 하반기부터 추천 수시채용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LG관계자는 “현업 부서에서 필요한 때에 원하는 인재를 주도적으로 직접 뽑을 수 있기 위한 것”이라며 “현장 중심의 인재를 적시에 확보해 바뀌는 경영환경과 기술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상시채용 도입취지를 밝혔다. 또한, 상시채용과 인턴십이 자리를 잡게 되면 직무불만으로 인한 신입사원의 조기퇴사율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지원자가 원하는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데 집중하면서 불필요한 스펙(SPEC·취업을 위해 필요한 성과물)을 쌓는데 낭비하는 시간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채용을 전담해 온 인사조직은 현업부서 채용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LG의 신입사원 채용방식은 지금보다 한층 다양화 된다. 우선은 채용 연계형 인턴십이다. 약 4주간 인턴십을 통해 회사와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별적으로 뽑는 것이 목표다. 1984년부터 인턴제도를 도입한 LG는 그동안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의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인력의 인턴십을 진행해 왔으나 앞으로는 이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인턴십 이외 산학협력, 공모전 등을 통해서도 인재를 선발한다. LG는 최근 인공지능(AI)에 관심있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LG AI 해커톤’을 진행했다. 성별·나이·학력에 상관없이 오직 실력으로 우수한 성과를 낸 참가자에게 입사,인턴기회를 주는 스펙 파괴 채용이다.
입사시험인 ‘LG인·적성검사’도 하반기부터 온라인으로 전환한다. 인성검사인 LG웨이핏테스트 문항을 현재 342문항에서 절반으로 줄인다. 적성검사도 기존 3시간(125문항)을 한시간으로 축소해 지원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앞서, 삼성그룹도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시험인 G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치르면서 시험과목을 두과목으로 줄이고 시험시간도 한시간으로 단축시켰다.
올 상반기 정기채용을 진행하지 않은 LG는 이달부터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 생명과학사업본부 등이 채용 연계형 인턴십 공고를 낸다. 아울러 하반기 채용시즌인 9월부터는 채용 포털 사이트인 LG커리어스에 탑재될 상담 챗봇 서비스를 통해 지원자들에게 다양한 직무별 인재상과 역량 등 채용 정보와 채용 전형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LG의 채용제도 개편에는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 철학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에 채용도 중장기 관점에서 보기 위한 것이다. LG관계자는 “인재채용방식의 전환은 코로나19 이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수 인재를 선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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