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수도권 규제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 등 총 17건이었다. 이 중 12건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수도권 범위를 축소하거나 공장 신·증설, 의대와 공공청사 등의 설립을 허용하자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여야 이견과 규제 완화에 대한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 등으로 이들 법안은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수도권 규제가 지역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지역에 여러 규제가 중첩돼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세현 입법조사처 국토해양팀장은 “일부 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규제 외에 상수원 보호구역,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여러 법률에 의해 입지 및 행위 규제가 중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규제 중복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어 부처별로 다원화돼 있는 규제를 효율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과잉 규제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AT커니에 따르면 서울 도시경쟁력지수는 2012년 8위에서 지난해 13위로 다섯 계단 떨어졌다.
수도권 규제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양상이다. 입법조사처는 지역 간 이견을 조정하고 상생 해법을 내놓을 범정부적인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어려워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수도권 규제와 관련해 범정부적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수도권 14개 시·도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이 참여하는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조직적으로 각종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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