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하며 요가까지 배워요"…시스코 자유로운 기업문화

입력 2020-06-09 18:07   수정 2020-06-10 01:19

79%.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가 취임 첫해인 2009년 전체 근무일 중 출근한 날의 비율이다. 근무일의 21%는 재택근무를 했다는 얘기다. 그해 조 대표는 본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출근일이 적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스코의 유연한 조직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글로벌 인터넷 기술 기업 시스코는 ‘일하기 좋은 회사’를 꼽을 때 늘 거론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GPTW 연구소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 상위에 9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임직원의 93%가 시스코를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평가했다.

비결은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과 부드러운 조직문화다. 자율 출퇴근, 가족 친화적인 사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하는 문화도 한몫했다. 직원들은 황사가 심하거나 눈이 많이 올 경우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조 대표도 한 달에 여러 차례 집이나 외부에서 업무를 본다. 재택근무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임원들에게도 한 달에 최소 2회 이상 재택근무를 권장한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자체 협업 솔루션 ‘웹엑스’를 이용한다.

시스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모든 지사에 재택근무를 의무화했다. 시스코코리아는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웹엑스로 상담, 운동, 식습관 지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장기간 재택근무로 지친 직원들을 위한 복지가 필요하다는 조 대표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한 직원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비는 시간에는 요가까지 배운다”며 “출근하지 않아도 회사가 끊임없이 챙겨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들을 위한 복지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전 사원 가족들이 에버랜드에서 휴가를 보내는 ‘패밀리 데이’가 대표적이다. 직원 부모를 회사로 초청하는 ‘페어런츠 데이’, 아이들을 회사로 초대하는 ‘키즈데이’도 매년 열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한 달간 의무로 재택근무를 하는 제도도 있다. 가족에게 급한 일이 생겨 출근이 힘들 경우에도 재택근무로 돌릴 수 있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시스코에 워킹맘이 많은 이유는 가족을 배려하는 회사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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