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의료 폐기물 처리업체 이에스지(ESG)그룹을 인수한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ESG그룹을 보유 중인 홍콩계 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매각주관사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은 KKR을 ESG그룹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KKR은 미국계 인프라펀드인 스톤픽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ESG 인수전의 승자가 됐다. 인수 대상은 앵커에쿼티가 특수목적법인(SPC) 에코그린홀딩스를 통해 보유 중인 ESG 지분 100%와 ESG청원 지분 77.84%다. 거래 금액은 8000억원대 중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ESG그룹은 의료·산업 폐기물을 소각·매립하는 업체다. 앵커에쿼티는 2016년 산업 폐기물 업체인 ESG청원 인수를 시작으로 이듬해 의료 폐기물 업체인 당시 삼우그린, 원-에코를 잇따라 인수해 사업 규모를 키웠다. ESG(옛 삼우그린), ESG경주(옛 원-에코), ESG광주, ESG경산(옛 에스엘디홀딩스), ESG로지스는 의료 폐기물을, ESG청원과 ESG세종, ESG청주는 산업 폐기물을 처리한다.
의료 폐기물 사업은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국내 13곳의 의료 폐기물 업체 중 네 곳이 ESG그룹 소속이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의료 폐기물은 2008년 9만1000t에서 2017년 21만9000t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소각시설 용량은 시간당 약 23t에 불과해 t당 처리 비용은 2010년 51만3000원에서 지난해 100만원 이상까지 올랐다. 의료 폐기물 시장은 규제 산업이어서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매력으로 꼽힌다.
KKR은 폐기물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 E&F-IS동서 컨소시엄에 매각된 코엔텍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다만 폐기물 업체의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KKR의 이번 인수 금액은 지나치게 높다는 시각이 많다. ESG의 지난해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3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치는 630억원 수준이다. 8000억원대 중반 가격은 지난해 EBITDA의 25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앵커에쿼티는 ESG 인수 4년 만에 투자 원금 대비 네 배가 넘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앵커에쿼티는 2016년 ESG청원을 약 600억원에 인수한 것을 포함해 총 1800억원을 투입했다. 앵커에쿼티는 지난해 지오영과 헬스밸런스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데 이어 올해도 투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버섯 재배 업체 대흥농산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투자 부문에서도 적극적이다. 카카오M, 식자재 유통 플랫폼 마켓보로 등에 베팅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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