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지난 9일 기준으로 WM예탁자산이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섰다고 10일 밝혔다. WM예탁자산은 개인고객을 담당하는 리테일부문이 자산관리를 맡고 있는 주식과 채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말한다. 2010년 9월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10년 만에 100조원 증가했다. 올초 180조원 수준이던 WM예탁자산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2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6개월 만에 지난해 증가액(약 23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2010년대 초반 약 5조원씩 매년 증가하던 예탁자산은 이후 증감을 반복했다. 지수가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지수가 하락 추세를 보이면 개미들은 투자금을 줄였다. 2016년에는 예탁금이 전년보다 7%가량 줄기도 했다. 주가는 지지부진하고 부동산 열풍이 분 해였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폭락장에 개인투자자들은 자금을 증권사 창구에 밀어넣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중자금이 대거 몰린 것은 0%대 초저금리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머니무브’가 일어난 효과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규 유입된 고객자금 18조원 중 약 60%는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식에 눈을 돌리는 고객도 늘었다. 삼성증권 고객 가운데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지난해 2.8%에서 올해 6.6%로 증가했다. 회사 측은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고액자산가는 주로 우량주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내에선 삼성전자 카카오 삼성SDI를, 해외 주식은 알파벳A(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을 순매수했다. 채권, 신탁, 파생결합증권 등에도 올 들어 지난해의 90% 수준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주식 일변도의 ‘동학개미’에서 다양한 자산을 통해 안정된 투자수익을 찾는 포트폴리오 추구형으로 진화해 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예탁자산이 늘어난 것은 기존 고객의 자산 증가와 함께 주식에 처음 눈을 뜬 초보 투자자들이 급증한 영향도 상당했다. 올해 들어 삼성증권에 신규 유입된 고객은 하루 평균 2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만 30만 명 가까이 급증했다. 작년 한 해 유입된 고객(20만 명)보다 많다. 신규 고객 가운데 약 90%는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했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이 가운데 60.5%의 고객이 ‘과거 증권사를 이용한 경험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6만 명이 주식에 처음 입문한 고객인 셈이다. 이 밖에 제로금리 탓에 갈 곳을 잃은 법인 자금도 대거 유입됐다. 올해 800여 개 법인 계좌가 신규 개설되면서 리테일부문이 관리하는 법인 계좌는 5만 개로 증가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