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4명 중 1명 '백수'

입력 2020-06-10 17:36   수정 2020-10-08 18:5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대 고용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은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유독 청년층의 피해가 큰 모습이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93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9만2000명 줄었다. 3월(-19만5000명) 4월(-47만6000명)에 이어 석 달 연속 취업자가 감소했다. 취업자가 3개월 내리 줄어든 건 2009년 10월~2010년 1월 후 처음이다.

실업자는 급증했다. 지난달 실업자는 12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3000명 늘었다. 실업률(4.5%)도 지난해 5월에 비해 0.5%포인트, 올 4월에 비해선 0.3%포인트 상승했다. 실업자와 실업률 모두 1999년 6월 통계 작성 방식 변경 이후 5월 기준 최대치다.

코로나19는 청년층에 특히 가혹했다. 2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3만4000명 감소했다. 고용률은 55.7%로 2.4%포인트 떨어졌다.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5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5~29세의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6.3%로 전년 동월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5월 기준으로 최악이다. 확장실업률은 구직활동을 하는 실직자(실업자) 외에 구직도 일도 안 하지만 취업을 원하는 사람(잠재취업가능자), 단시간 근로자 중에 추가 취업을 바라는 사람(시간관련추가취업가능자) 등까지 고려한 체감실업 지표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제조업 일자리 3개월째 감소…청년 고용률 55.7%로 사상 최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1차 고용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직후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한 말이다. 정부는 일단 반가움을 드러내고 있다. 외환위기 수준으로 나빴던 4월보다는 상황이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업률(4.5%)과 실업자 수(13만3000명)가 5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취업 포기자’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구직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취업자 수 감소폭도 4월보다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지만 “고용시장의 한파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청년 고용률(55.7%)은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일자리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노인 단기일자리 사업을 재개하면서 고용 충격이 일부 완화됐을 뿐, 고용 시장의 질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년·제조업·취약계층 ‘직격탄’

정부는 지난달 6일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강도를 낮췄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지했던 노인 단기일자리 사업도 재개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 감소폭(39만2000명)이 4월(60만2000명)보다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이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폭은 30만2000명에 달했다. 노인 일자리가 없었다면 고용 시장 상황이 전월과 비슷하게 나빴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모든 연령대에서는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청년층의 타격이 컸다. 2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3만4000명 줄었다. 고용률은 2.4%포인트 떨어진 55.7%를 기록하면서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5~29세 청년층 확장실업률(체감실업률)도 26.3%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악이었다. 지난달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사실상 백수’였다는 뜻이다. ‘경제 허리’인 30대(-18만3000명)와 40대(-18만7000명) 취업자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5만7000명) 일자리가 3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한국의 수출 상대국 수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수출이 줄면서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도·소매업(-18만9000명), 숙박·음식점업(-18만3000명), 교육서비스업(-7만명) 등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폭이 컸다. 반면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3만1000명) 취업자는 늘었다.

경제 위기의 타격이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현상도 반복됐다. 임시일용직 취업자는 65만3000명 감소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9월(-59만2000명) 수준을 넘어섰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만 명 급감했다. 그만큼 이들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도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경제 기초체력 급격히 저하”

전문가들은 정부가 낙관론을 펴기보다는 고용의 질 악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교수는 “청년층과 30~40대 고용률이 낮아지고 노인 일자리만 늘어나는 현상이 심화한 게 가장 우려된다”며 “노인 일자리는 정부 재정을 쓰는 복지정책일 뿐 정상적인 일자리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면 본격적인 ‘2차 일자리 충격’이 덮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 일자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줄곧 급감했는데,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건 그만큼 경제의 기초 체력이 심각하게 저하됐다는 의미”라며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면 제조업 기업들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외환위기 수준의 경제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성수영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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