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보니 해외로 나간 제조업체를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유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덜 효율적’이더라도 ‘더 안전한’ 공급망 만들기가 나라마다 과제가 됐다. 여기에 ‘양질의 일자리’까지 늘릴 수 있으니 국가마다 기업 모시기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6년간(2014~2019년) 연평균 10개의 유턴 기업을 끌어들였다. 같은 기간 미국은 연간 482개 유턴을 이끌어냈다. 이들 미국 기업은 연간 5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애플이 2만2000여 개, GM이 1만3000여 개 등이다.
미국이 자국 기업에 국내로 돌아오라며 제시한 당근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지난 10년간 법인세율을 꾸준히 인하했다. 38%에서 21%까지 무려 17%포인트 내렸다. 규제는 비용이라며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제도를 도입했다. 규제 1개를 만들려면 2개의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도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일자리 자석(employment magnet)’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뛰어들었다. 국가전략특구를 만들고 법인세율을 지난 8년간 34.6%에서 23.4%까지 낮췄다. 도요타, 혼다, 닛산, 캐논 등이 일본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최근 일본 정부는 2조7000억원 규모의 탈(脫)중국 리쇼어링 펀드를 조성키로 했고 유턴 이전비용을 최대 3분의 2까지 보조한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우리도 해외로 나가는 국내기업의 발길을 돌리고, 외국기업을 유치할 파격적인 대책 마련이 지속돼야 한다. 먼저 한국의 기업환경을 경쟁국 수준까지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가한 상품시장 규제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71로 조사대상 36개국 중 네 번째로 규제압박이 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비스 및 네트워크 분야 장벽은 2.59로 훨씬 높다고 한다. 서비스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법과 제도를 설계, 집행하는 국회, 정부를 중심으로 파격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는 규제시스템에서는 기업 투자유치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파괴적 혁신도 불가능하다. 모든 규제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원칙적으로 네거티브 규제, 사후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책신뢰성 제고도 중요하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정책투명성지수(2019년)는 조사대상 63개국 중 한국에 42위를 부여했다. 아무리 좋은 투자유치제도가 있어도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관되고 투명한 제도혁신, 부패의 감소, 행정절차의 간소화 등 신뢰 자본을 쌓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유인체계 재구축도 필요하다. 제조업 운영에 필수인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은 경쟁국과 비슷하거나 유리하지만, 부지 제공, 이전 보조금, 세제 혜택, 노동·환경 규제완화 등 투자인센티브 매력도는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과감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 경쟁력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의 이점을 살리고 친기업 환경을 조성한다면 국내기업의 유턴과 외국인 투자기업의 유치를 확대할 수 있다. 한국을 거대한 ‘일자리 자석’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경제주체의 역량을 결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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