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시채용 확대, 일하는 방식 변화…경직된 고용제도 더는 안 된다

입력 2020-06-10 18:06   수정 2020-06-11 00:14

LG그룹이 60년 넘게 이어온 정기공채를 없애기로 해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 방식을 도입한 데 이어 LG도 그룹통합형의 일괄 공채에서 벗어났고, SK그룹도 수시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현업 부서가 필요할 때 적합한 인재를 직접 뽑는 방식의 수시채용이 확대되면 취업준비생의 과도한 스펙쌓기 같은 사회적 낭비요인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정기공채는 한국과 일본 정도에만 존재한다. ‘코로나 쇼크’ 이전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경직된 채용제도라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신입 직원의 30%가량이 1년 내 퇴사하는 ‘구직자·일자리의 미스매치’도 일괄 채용의 낭비적 폐단으로 지적되곤 했다. LG가 신입사원의 70% 이상에 적용하겠다는 채용연계형 인턴제도는 유용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국내외 산업환경 변화에 발맞춰 채용 방식을 적극 개선해나가는 것은 고무적이다. 제도적인 ‘고용유연성’에 좀체 변화의 조짐이 없으니 ‘채용유연성’으로 일부 대처해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코로나 위기’에 맞서 광범위하게 확산된 재택근무나 근무시간 조정 등 일하는 방식의 유연화와 함께 ‘고용과 노동의 진화’라고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법과 행정으로 촘촘히 규제하고 있는 고용·노동제도 전반의 경직성이다. 공기업 은행에 우선 적용된 ‘블라인드 채용’만 해도 ‘깜깜이 채용’으로 전락해 지원자와 기업 모두 불만이 팽배해 있다. 안정성만 강조된 채 유연성은 바닥인 고용관련 제도가 인력의 효율적 이동 자체를 가로막는 게 현실이다. ‘해고 불안’을 줄이자는 것이 재취업 시장 자체를 위축시킨 것이다.

급변하는 경제·사회 여건에 적극 맞춰가는 기업의 변화 노력을 보면서 공공부문은 고용·인사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십 년째 그대로인 필답고사 채용부터 말뿐인 직무급제 도입까지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유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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