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블루밸리 배터리 특구에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포항시가 기존 주력 산업인 철강을 대체할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지산업 활성화 정책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항시는 지난 8일 시청에서 7개 기업과 포항블루밸리국가산단 투자 유치 협약을 맺었다. 투자를 결정한 기업은 배터리 재활용 전문 업체인 신화테크와 에너지 저장시스템 업체인 해동엔지니어링, 산업용 밸브를 생산하는 에프엠, 특수강 업체인 아이엠티, 기체여과기 전문 생산 업체인 정수필터레이션 등이다. 이들 업체는 모두 164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신설하고 133명을 신규 고용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도 기업들이 배터리 특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임대 조건이 유리한 데다 풍부한 연구개발(R&D) 인력 등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포항시는 포항블루밸리 국가산단 임대 용지를 조성 원가의 1%인 3.3㎡당 약 5500원에 공급하고 있다. 3년간 임대료 50%를 지원하고 최장 50년간 임대 조건도 내걸었다.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된 포항 지역의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말 블루밸리 국가산단 일부를 임대 전용 산단으로 지정 고시한 데 따라 가능한 조치다. 특구 인근에는 국제 규격의 컨테이너 항만인 영일만항을 비롯해 포스텍, 한동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방사광가속기연구소, 2차전지소재연구센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연 R&D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포항시는 임대용지 50만㎡ 가운데 1차로 12만㎡에 대한 임대를 완료했다. 나머지 38만㎡는 2차 임대에 들어가기로 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인근에 조성 중인 블루밸리 국가산단 분양 용지에도 기업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2차전지업계의 선두주자인 에코프로는 생산라인의 대규모 확장을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포스코케미칼도 2500억원을 투자해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설립한다. 뉴테크LIB, 주은스틸, 호암이노텍 등 20개 협력 업체도 경쟁적으로 차세대 배터리 투자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3년 산단 조성이 완료되면 자동차, 선박, 기계 분야 부품·소재 업체가 입주해 27조원의 생산 유발과 8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포항시는 분석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전기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로 배터리산업이 제2의 반도체로 급성장할 것”이라며 “2차전지 소재에서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포항을 전지산업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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