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지난해 내놓은 맥주 신제품 ‘테라’가 맥주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1년여 만에 빠른 속도로 판매량이 치솟아 1위 브랜드를 바짝 따라붙었다. 이른 무더위가 시작된 올여름, ‘테라 마케팅’으로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청량감 휘몰아치는 테라 광고
테라는 마시는 순간 시원하게 탄산이 퍼지는 ‘리얼탄산 100%’를 강조해 왔다. 광고에서도 넓은 들판에 토네이도가 휘몰아치는 장면을 연출해 청량감을 표현했다. 지난 4월부터 지상파, 케이블, 디지털 매체 등에선 새로운 광고가 등장했다. 청정한 탄산감을 거대한 토네이도로 시각화하고 더 역동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다. 리얼탄산 입자를 고도의 3차원(3D)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해 생동감을 극대화했다.
테라의 모델 공유는 광활한 대자연에서 탄산 입자 속으로 들어가 ‘청정라거-테라’를 발견한다. 마시는 순간 공유를 감싸고 있던 탄산 입자가 빠르게 휘몰아치며 거대한 토네이도를 만들고, 입을 뗄 때까지 회전하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 연출된다.
○초당 22.7병 팔린 맥주
주류업계는 올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 경기가 침체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홈술 트렌드 등 가정용 시장에 집중하고, 여름 휴가철 시즌을 겨냥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테라는 5월 말 기준 8억6000만 병이 판매됐다. 출시된 지 438일로 환산하면 초당 22.7병(330mL 기준) 팔린 셈이다. 하이트진로 맥주 브랜드 중 출시 초반 가장 빠른 판매 기록을 세웠다. 101일 만에 1억 병, 279일 만에 4억 병이 판매됐다. 이후 5개월 만에 4억5000만 병이 더 팔렸다.
테라가 빠른 시간 주류 시장의 트렌드가 된 건 차별화된 원료와 공법, 디자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하이트진로는 호주 청정 지역의 맥아를 사용하고,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탄산을 사용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호주 지역 내에서도 깨끗한 맥아를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을 오랜 시간 탐색해 다수의 후보 지역을 놓고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100% 리얼탄산 공법은 라거 특유의 청량감을 극대화하고 거품이 더 섬세하다는 게 강점이다. 맥주가 한국 전통 술은 아니지만 맥주를 음식과 함께 즐기거나 시원한 청량감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제품이라는 평가다.
○테라, 2020년 1등 맥주 등극할까
증권가와 주류업계는 테라와 경쟁 브랜드의 점유율 차이가 4%포인트로 좁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 1위 등극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라는 하이트진로가 ‘필사즉생’ 각오로 내놓은 맥주다. 하이트 맥주가 경쟁사에 밀려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자 판세를 뒤집자는 판단이었다.
국산 맥주병이 모두 ‘갈색병’인 것에서 벗어나 ‘녹색병’을 사용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병, 라벨 디자인 개발을 위해 전 세계 맥주병 250여 개를 연구했다. 또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해 병을 디자인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80여 종의 패턴과 100여 종의 라벨 모양, 100여 종의 목 라벨 등을 검토해 최종 디자인이 탄생했다”며 “2200여 명의 소비자 테스트도 거쳤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앞서 국내 최초 발포주 ‘필라이트’를 내놓으며 국내 주류 시장 재편의 신호탄을 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발포주 필라이트와 필라이트 후레쉬가 저가 수입 맥주와 경쟁하는 구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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