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우유 안부)'은 올해로 18년째다. 2003년 서울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의 작은 아이디어가 씨앗이다. 100가구에서 시작한 초기 선행은 사단법인으로 발전했고, 현재 서울 16개구에서 홀로 사는 노인 2000명에게 매일 우유 한 팩을 보낸다.
어르신들에겐 정서적 지지를 보내고, 사회적으론 '고독사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 목사의 뜻을 지지하는 우아한형제들, 골드만삭스, 매일유업 등 17개 기업과 350여 명의 개인 후원자들이 우유 안부를 이끌어왔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매일유업 본사에서는 호 목사와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의 특별한 만남이 성사됐다.
김 사장은 "6일간 '소화가 잘 되는 우유' 캠페인으로 3억원을 모았다"며 "앞으로 '소잘우유'의 매출액 1%를 매년 전액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2016년부터 매년 1억4000만원을 후원해왔다. 나이가 들수록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많아지는 것을 감안해 '우유 안부'에 사용하는 우유를 일반 우유 대신 '소잘우유'로 바꿔주고 약 1억원에 달하는 차액을 부담해왔다. 우아한형제들, 골드만삭스보다는 늦었지만 17개 후원 기업 중 최대 후원자가 됐다.
5년차를 맞이한 올초 김 사장은 "더 오래 우유 안부가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기업들의 후원이 끊길 경우에도 스스로 선순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했다.
매일유업이 나서서 매출액의 1%를 지속적으로 기부하고, 소비자 캠페인 해 개인 후원을 더 끌어모으는 동시에 2000명 가구에 매일 잘 배달되는 지 배송망을 관리하는 사회공헌 모델이다.
첫 작품은 지난달 6일 카카오톡을 통해 벌인 '소잘우유 체험 패키지' 캠페인이다. 4000원을 내고 소잘우유 12팩을 구매하면 배송비(2500원)를 제외한 상품 판매금액(1500원)을 '우유 안부 기부금'으로 적립하는 것. 초기 4만팩을 준비했지만 6일 만에 5배인 20만팩이 팔려나갔다. 서버도 마비됐다. 소비자들은 우유 1개 값으로 12개의 우유를 사면서 기부도 할 수 있는 이벤트에 열광했다.
매일유업이 이번에 전달한 기부금은 3억원이지만 우유 12팩 체험 패키지에 든 비용은 15억원이 넘는다. 호 목사는 "이번 캠페인으로 '우유 안부'의 개인 후원자 수가 500명 더 늘어 800명을 넘어섰다"며 "어려운 때에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소잘우유는 패키지도 바꿨다. 제품 측면에 "소화가 잘되는 우유 판매 수익금 일부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을 후원하는데 사용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온라인 후원 페이지로 연결되는 QR코드도 인쇄돼 있다. 폴바셋 등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외식 매장에도 테이블마다 기부할 수 있는 QR코드를 심어놨다. 자연스럽게 '우유 안부' 기부 캠페인을 개인들에게 알리겠다는 취지다. 매일유업은 이번 체험패키지로 조성한 기부금 3억원과 합해 올해 6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또 서울영업소의 '영업왕'으로 통하던 직원을 본사로 발령 내고 '우유 안부'가 매일 잘 운영되는 지 전담해 관리하도록 했다. 그는 "매일유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우유 배달)로 사회와 기업과 소외된 이웃이 모두 즐거운 사회공헌 모델이 됐다"며 "어려운 일을 마다 않고 매일 새벽 뛰어주는 배달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더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 안부'를 후원하는 기업들 간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부터 후원 중인 우아한형제들은 우유 대리점과 배달원 200여명에게 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골드만삭스는 배달원과 어르신들에게 2000여 명에게 마스크와 소독제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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