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만 통과된다면…수도관 녹물 참겠다"

입력 2020-06-11 17:27   수정 2020-06-12 02:34

“지금 배관공사를 하면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힘들어집니다. 안전진단이 끝나면 배관공사를 합시다.”

서울 강북의 노후 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을 위해 배관공사를 뒤로 미루고 있다. 지어진 지 32년 된 노원구 상계동 ‘주공 6단지’는 수도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지만 재건축을 위해 수리를 늦추고 있다.

최근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이 지난달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계동 ‘주공 6단지’(2646가구)는 최근 예비 안전진단을 받기 위한 주민 동의 요건(주민 10% 찬성)을 채우고 구청과 안전진단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 지난해 예비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신 월계동의 월계시영 아파트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은 최근 다시 예비 안전진단 신청서를 모으고 있다. 1986년 지어진 3930가구의 대단지인 ‘미미삼’은 동북권 ‘랜드마크’로 불리지만 작년 말 구청으로부터 C등급을 받아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재건축 예비 안전진단은 A~E등급으로 나뉜다. 예비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야 정밀 안전진단 자격이 주어진다. A~C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없다.

‘미미삼’ 아파트 관계자는 “4월 국회의원 총선과 코로나 사태로 동의서 취합을 미루다가 지난 1일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두 번째 도전인 만큼 올해 안에 반드시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하겠다”고 말했다. 바로 인근에 있는 ‘삼호4차’도 동의서를 걷기 시작했다.

리모델링 단지들도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1316가구)은 지난 1일부터 증축형 리모델링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C등급을 받아도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B등급을 받으면 기존 가구의 10~15%를 더 지을 수 있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 현대 2차(196가구)도 최근 예비 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특히 ‘미미삼’은 노원구로부터 안전진단 불합격 통보를 받은 지 1년이 채 안된 데다 주거환경이 양호한 편이라는 지적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작년 현지조사(예비 안전진단)에서 건축과 마감, 주거환경이 양호했고 설비 노후화도 양호하다고 판단해 불합격됐다”며 “1년 안에 안전진단 결과가 뒤바뀌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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