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서프라이즈였다. 하지만 우리는 정직해야 한다. 고용 회복은 매우 긴 노정이 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0일(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5월 고용지표의 ‘깜짝 반등’에 대해 밝힌 말이다. 지난 5월 미국에서 251만 개 일자리가 생겨났고 실업률은 13.3%로 4월(14.7%)보다 하락했다. 당초 830만 개 일자리 손실 및 실업률 19.5%를 예상했던 월가는 ‘V’자 경기 반등 기대에 부풀었다. 파월 의장이 이런 기대에 제동을 건 것이다.
“고용 회복에 긴 시간 걸려”
미 경제는 ‘코로나 봉쇄’가 풀리면서 꿈틀대고 있다. 항공여행객은 최근 하루 40만 명대로 늘었다. 전년 동기의 210만 명 수준보다는 적지만 경제활동이 중단됐던 올해 4월 초 8만 명에 비하면 급증한 것이다. 소비, 생산 등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Fed가 이날 내놓은 경기 전망은 여전히 조심스러웠고 어두웠다. Fed는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6.5%로 제시했다.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11.6%) 후 가장 낮다. 내년에는 5% 성장세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도 연말 9.3%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것도 2차 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내년 말엔 조금 더 하락한 6.5%로 예상했지만 이것도 코로나19 위기 전인 지난 1월 3.5%에 비하면 크게 높다. 물가 역시 지속적으로 목표치인 2% 이하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경제 재개에 대해 “경제활동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매우 약한 상태”라며 “완전한 경제 회복은 사람들이 광범위한 경제활동에 자신감을 느낄 때까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전망에 대해선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은 엄청난 고난을 불러일으켰고, 미래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며 “경기 하강 정도는 극도로 불확실하며 결국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과 관련해선 “고용시장이 5월에 바닥을 쳤을지 모르지만 아직 알 수 없다”며 “단일 경제지표에 과잉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미 노동부는 주간(5월 31일~6월 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54만2000건으로, 전주 대비 35만5000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역사적 고점이던 올해 3월 넷째주(687만 건) 이후 10주 연속 줄어든 수치다.
유동성 공급은 계속…나스닥 1만 선 안착
Fed가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지만 월가는 ‘비둘기파’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망이 나쁠수록 Fed가 더 많은 돈을 공급할 것이란 기대다. 실제 Fed는 제로금리를 2022년까지 유지하겠다는 전망을 밝혔고 파월 의장은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 등의 매입을 최소 몇 달간 현 수준(매월 1200억달러)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경제 지원을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다시 확인했다. 특히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자산 버블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 “자산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경제 지원책을 제한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목표는 고용 개선이며 인플레이션이 낮은 만큼 완화적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설명이었다. 또 “자산 버블이 터지면 구직자들을 해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주가 상승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1.04%, S&P500지수는 0.53% 하락했다. 하지만 나스닥지수는 66.59포인트(0.67%) 상승한 10,020.35를 기록해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초로 10,000선에 안착했다.
나스닥의 상승은 ‘MAGA(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로 불리는 기술주의 약진 덕분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이날 한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해 이들 네 개 주식 모두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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