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잘나가는’ 스타트업은 공통점이 있다. GS홈쇼핑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들뿐이 아니다. GS홈쇼핑이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은 600여 곳에 달한다. 누적 투자액은 약 3600억원. TV 홈쇼핑이 전문 벤처투자사 못지않게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박영훈 GS홈쇼핑 부사장(사진)은 그 이유를 “살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의외였다. 매년 수천억원씩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대기업이 ‘생존’을 걱정하고 있었다. 박 부사장은 GS홈쇼핑에서 벤처투자를 총괄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액센츄어 등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뒤 2014년 GS홈쇼핑에 합류했다.
GS홈쇼핑에 투자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혁신적 사업 방식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그는 “미국에선 아마존, 구글이 제너럴모터스(GM), IBM 같은 전통 대기업을 제치고 시가총액 맨 꼭대기에 올라섰다”며 “한국에서도 조만간 벌어질 일”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기존 사업만 열심히 해선 도태될 것”이란 설명이다. GM 사례를 들었다. 누구보다 차를 잘 만들었지만 지금은 추락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전기차를 들고 나와 승승장구 중이다. 그는 “GS홈쇼핑도 언제든 빠르게 추락할 수 있다”고 했다. 회사 내부에선 이 문제를 10여 년 전부터 고민했다. 결론은 벤처투자였다. 내부 혁신이 어렵다면 스타트업처럼 혁신적 DNA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고 이들의 혁신을 이식하는 방법을 택했다.
GS홈쇼핑은 투자만 한 것이 아니다. 투자 기업의 혁신을 성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상품의 변화를 꾀했다. 스타트업 상품을 GS홈쇼핑에서 팔아준다. 바램시스템의 반려동물 관리 로봇이 대표적이다. 원래 이 회사는 유도탄의 위치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로봇에 적용했다. 반려동물은 이 로봇을 따라다니며 운동한다. 사료도 시간마다 내준다. GS홈쇼핑은 이 로봇 출시를 계기로 별도의 반려동물 쇼핑 코너를 만들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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