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백지 앞에서 작아지는 당신에게

입력 2020-06-11 18:25   수정 2020-06-12 03:10

누구나 한 번쯤은 책상 위에 놓인 하얀 종이 앞에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학교 숙제일 수도 있고, 마감이 코앞에 닥친 보고서일 수도 있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소설이나 에세이 작품일 수도 있고, 발표용 원고일 수도 있다.

글쓰기가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신간 세 권을 소개한다. 초심자부터 전업 작가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내용이다.

《나를 찾는 하루 10분 글쓰기》는 영국 소설가이자 글쓰기 강사 조이 캔워드가 ‘작문의 즐거움’으로 독자들을 이끄는 책이다. 저자는 글을 쓸 때 다른 사람의 방식을 따라 하는 걸 “아기가 모방을 하며 말을 배우듯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킬 만한 목적으로만 글을 쓰면 진정한 자기 모습을 잃는다”며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글쓰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강조한다. 글감 고르기부터 소설 뼈대 구성, 완성에 이르는 법을 100여 가지 예제로 풀어낸다. 글쓰기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어휘 사용 관련 기술, 글 위에 운율과 리듬을 얻는 방법, 입체적 캐릭터와 스토리를 창조하는 방식 등을 제시한다.

《위반하는 글쓰기》는 아마추어를 넘어 정식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20여 년간 출판 편집기획자로 일했으며 요리 에세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인문분야 스테디셀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등으로 유명한 강창래 작가가 ‘프로의 글쓰기 기술’을 안내한다. 저자는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이들이 현혹되기 쉬운 글쓰기 원칙과 통념을 ‘소문’이라 부른다. “지난날의 원칙에 얽매여 있다면 글을 잘 쓰기는 어렵다”며 ‘글 잘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 ‘형용사·부사를 쓰지 마라’ ‘한자어를 우리말로 풀어 쓰라’ 등 기존 ‘소문’에 갇히지 말라고 역설한다. 글을 고치는 과정에선 스스로 한없이 겸손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창의는 성실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상기시킨다. 이른바 ‘한 줄짜리 비법’만을 찾아다니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날카로운 칼을 던진다.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은 전작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로 잘 알려진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메리 파이퍼가 글쓰기와 심리치료, 사람과 사람의 관계 형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갖고 펜을 들었다면 당신은 이제 글과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밝힌다. 또 “세상을 하나로 잇고자 하는 나의 열망이 이 목소리를 누르고 책상 앞에 나를 데려다놓기까지 나 자신과 한참 다퉈야 하는 날도 있다”고 덧붙인다. 글쓰기의 실제부터 글을 쓰는 목적, ‘공격하는 글쓰기’ 대신 ‘포용하는 글쓰기’, 공감하는 법 등을 차분한 문체로 소개한다. 글은 ‘나’에게서 시작해 ‘우리’로 마무리되는 매개체란 사실도 지적한다.

이 책들을 읽고 나면 “글을 잘 쓰려면 한없이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글에 대한 공포는 결국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스스로를 자랑하려는 오만, 화려한 외적 장식에 치중하는 허영 때문임을 배운다. 겉치레만 중시하면 공감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글쓰기는 나와 너, 우리, 세상을 살리는 일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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