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녀 체벌, 적절치 않지만 국가가 법으로 간섭할 일인가

입력 2020-06-11 18:11   수정 2020-06-12 00:09

법무부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징계권’(민법 915조) 개정에 나섰다. 자녀 체벌 금지를 아예 법에 명문화하겠다는 취지다. 자녀를 향한 극단적 체벌뿐 아니라 아동학대 사건이 늘어나는 최근 세태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나 하는 한탄과 자책, 반성을 지울 길 없다. 미래세대를 보다 안전하고 여유롭게 키워나가는 건전한 사회가 되도록 모두가 ‘도덕적 책무’에 더 충실해야 할 때다.

법무부의 법 개정은 민법의 자녀 징계권을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징계권은 훈육권·교육권과 나란히 가는 것으로, 부모의 권한과 책임이 혼재된 영역으로 봐야 한다. 법 이전에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관습과 도덕의 영역이기도 하다. 잘못 손대면 아동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자녀교육과 양육권 다툼 등에서 큰 혼란을 빚을 수도 있다.

더 근본 문제는 ‘국민의 사적 영역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간섭이 어디까지 용인될까’ 하는 점이다. 법과 행정을 앞세운 ‘어버이 국가’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자유의지와 독립을 침해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체벌은 어떤 아동에게도 적절치 못한 훈육방식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법으로 원천금지하는 식으로 가정사에 국가권력이 간섭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또 어떤 금지법인들 나오지 않는다는 법이 있겠나. 가족 간 호칭에 대해 정부가 정색을 하고 고치려드는 것보다 더한 과잉간섭이 될 수 있다.

상식을 넘어서는 체벌·학대라면 기존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형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여러 갈래로 법만 많이 만들면 범죄와 부도덕 행위가 근절될 것으로 여긴다면 단선적인 인식이다. 사회 성원들의 준법정신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졸속·날림 입법과 법만능주의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된다. 정권에 거슬리는 기사가 늘어난다고 대뜸 ‘가짜뉴스 처벌법’을 만들겠다는 식의 거친 입법권이 걱정스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이 확대되면 민주주의의 퇴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금지법·강제법부터 만드는 것은 근본대책이 못 될뿐더러 ‘성숙한 자율시민의 사회’와도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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