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는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어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방 주택가격에 불안조짐이 있다”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을 봐가며”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정부가 그간 ‘시장 불안→구두 경고→대책 발표’ 수순을 반복해왔다는 점에서 20번째 대책이 임박했다는 게 부동산 시장의 관측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 차관이 밝힌 큰 방향을 보면 여태껏 그랬듯이 집값은 잡지 못하면서 수요자만 힘들게 하는 대책을 또 내놓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고개를 든다. 그가 제시한 고려 대상 ‘카드’는 △규제지역 추가 지정 △추가 대출규제 △과세 강화 등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관되게 유지해온 규제 일변도 대책의 연장선이 될 소지가 농후하다. 지금까지 나온 규제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지난해 12·16 대책의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금지’는 개인이 소유한 자산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헌소송의 대상이 됐다. 유례 없는 극단적 대출 규제마저 뚫고 풍선 부풀듯 집값이 오르는 판에 규제를 더 강화한다고 흐름이 바뀔지 의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투기 수요가 있고, 이를 막으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는 양질의 주택공급을 틀어막아 주기적으로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올 들어 코로나 사태로 돈을 풀고 있는 것이 집값을 다시 들썩이게 한 요인이다. 현금 등 광의통화(M2)가 올해 100조원 가까이 급증한 마당에 일부 투기수요를 억제한다고 집값이 잡힐 것으로 본다면 애써 현실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다.
이제는 정부가 수요억제 위주 대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실수요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 확대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다. 양질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 외에는 집값 상승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도대체 몇 번째인지 세기도 힘든 부동산 대책을 얼마나 더 내놓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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