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은 국내 암 사망률 2위 간암을 두 번째로 유발하는 원인입니다. 간경변증 및 간암 환자의 10~15%는 C형 간염과 상관이 있습니다.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3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에 불과합니다. 이는 환자 대부분이 증상을 명확하게 겪지 않아서입니다. 2~10주 동안의 잠복기가 지나도 환자의 60~80%는 증상을 느끼지 못합니다. 6%는 복부 불편감, 피곤함, 기력 감소 등 가벼운 증세라서 바로 C형 간염을 의심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검진과 치료 모두 저조한 상황입니다.
침묵의 암살자 같은 C형 간염이지만 조기 진단에 성공하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2014년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DAA)가 개발되면서 1989년 C형 간염이 발견된 지 30년 만에 지구에서 퇴치 가능한 질병이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C형 간염 진단이 내려지면 인터페론 주사제와 먹는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투여했지만 치료 성공률은 5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환자의 80~90%는 발열, 오한, 탈모 등의 부작용까지 겪어야 했지요. 국내에선 2015년부터 DAA제제의 보험 급여가 시작됐고 2018년 9월부턴 모든 C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을 치료하는 약이 나와 ‘C형 간염 8주 치료 시대’가 열렸습니다. 8~12주 동안 하루에 한 번 약을 먹으면 100%에 가까운 성공률로 완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국내 시장에선 애브비의 마비렛이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처방액은 87억원으로 점유율 73.3%를 기록했습니다. 이 밖에 소발디·하보니(길리어드)가 각각 3억원, 2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마비렛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모든 유전자형에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환자와 의료진에 적극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처방액 감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국내 C형 간염 유병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고 완치가 가능한 약이다 보니 치료를 잘하면 더 이상 약을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C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검진을 추천합니다. C형 간염은 A형 간염이나 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없어서 검진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 때문에 의료계 및 학계에서는 40세 이상 연령대의 국가건강검진 시 C형 간염 검사(항체검사)를 함께 시행해 조기 진단을 하자는 목소리를 수년째 내고 있습니다. 제약사들도 조기 진단으로 인해 숨어 있는 C형 간염 환자들을 찾아낸다면 처방액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심재준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은 위험 질환으로의 발전이나 전파위험 등을 고려할 때 조기 진단 및 치료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40세 이상이라면 가까운 병·의원을 방문해 간단히 C형 간염 항체검사를 받아 간경변증, 간암 위험을 미리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C형 간염 퇴치 시대를 연 DAA제제이지만 피임약을 먹고 있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C형 간염 환자라면 에테닐에스트라디올 성분을 함유한 피임제를 피해야 합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제품은 머시론(알보젠코리아), 마이보라(동아제약), 야즈정(바이엘코리아), 센스데이(유한양행), 아이리스(일동제약) 등입니다.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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