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경비원, 12분간 폭행 당해…가해자 7개 혐의 기소

입력 2020-06-12 13:39   수정 2020-06-12 13:59



경비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아파트 입주민 심모씨(49)가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검찰 조사과정에서 심씨는 경비원을 12분 동안 감금하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정종화)는 서울 강북구 소재 A아파트 경비원 최씨에게 상해·협박 등을 한 것으로 파악된 아파트 입주민 심모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상해·감금)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심씨에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총 7개로 ▲상해 ▲특가법상 보복감금 ▲특가법상 상해 ▲강요미수 ▲무고 ▲특가법상 보복폭행 ▲협박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4월21일 심씨는 최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3중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최씨를 때려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얼굴 부위 표재성 손상 등을 가했다.

이어 같은달 27일 심씨는 최씨가 당시 자신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복할 목적으로 최씨를 경비실 화장실까지 끌고 가 약 12분간 감금한 채 구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이로 인해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비골 골절 등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심씨는 감금·상해 범행 후 최씨에게 "사표를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는 취지로 협박까지 했다.

심씨는 또 4월23일 관리소장 등에게 "경비원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면서 명예훼손으로 허위고소를 진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지난달 3일에는 최씨가 자신을 고소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복할 목적으로 때렸고, 다음 날 최씨가 진행한 고소에 대해 심씨는 '나도 폭행 진단서를 발급 받았으니 이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문자메시지 등을 최씨에게 전송하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심씨의 지속적인 감금·폭행 및 협박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지난달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은 "심씨뿐만 아니라 다수의 참고인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한 뒤, 구속 송치 사건과 별개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 허위임을 밝혀냈다"며 "무고죄를 추가로 인지해 병합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최씨가 음성으로 남긴 유서가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다.

최씨는 음성 유서에서 흐느끼는 목소리로 "(심씨에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다"며 "밥도 굶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불안한지 아는가"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심씨는) 고문을 즐기는 얼굴이다. 저같이 마음 선한 사람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나"라며 "(심씨에게) 다시 안 당하도록, 경비가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도와달라.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씨는 음성 유서를 통해 자신에게 도움을 준 아파트 주민들에게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그는 "A 엄마 도와줘서 고맙다. 저승 가서라도 꼭 은혜 갚겠다"며 "B 엄마 아빠, C 슈퍼 누님, D호 사모님도 은혜 꼭 갚겠다"고 언급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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