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빌미로 사업장에 민폐를 끼친다거나 결집력이 강한 모임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는 단체 행동을 하는 이들을 '맘충'(Mom + 蟲)이라고 한다.
일부 육아맘들은 어이없는 예시들이 일반화 되면서 대부분의 엄마를 '맘충'으로 보는 현실에 낙담하고 있다. 30대 주부 A씨는 "개인적으로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엄마들은 엄마가 되기 전부터 이상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며 "엄마가 되고 나서 변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육아맘 B씨는 "맘충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맞벌이를 권장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육아와 살림에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적응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을 알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3세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는 나는 죽을만큼 힘들지만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맞벌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바로 육아맘들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일이 힘든 건 솔직히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내가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은 버티기 힘들다. 아기 엄마라는 이유로 우리는 보통 시민 이하의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카페에서 떠드는 사람 많지 않나. 고등학생부터 아줌마, 아저씨들까지 다 큰 소리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기 엄마는 무조건 '맘충'이라며 공격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라고 말했다.
또 "심지어 아이가 유모차에서 자고 있었는데 스타벅스에서 '맘충'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그 전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유모차를 끌고 가니 그런 소리를 듣게 됐다. 아기 엄마라서 표적이 된 셈"이라며 분노했다.
B씨는 "사회통념적으로 아기 엄마들에게 지나친 자기검열을 요구하는 것 같다. 나름 신경 써서 주변에 폐끼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아기 엄마가 소름끼치게 싫다'는 반응이 있다. 아기 엄마들이 줄임말 쓰는 것 조차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돈도 못 벌고 애나 보는 만만한 아줌마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일상이나 주고 받으며 은어 만들어 쓰는 걸 보면 시비 걸고 싶은 것 같다. 일하는 직장인 일 때의 나는 그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는데 '아기 엄마인 나'는 똑같은 행동을 하면 맘충 소리를 듣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직장인은 매우 유능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그냥 '노는 여자'라고 치부한다. 진상 애 엄마가 되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관심을 집중하면 도태되었다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와 이야기 하다 보면 대화가 그리워질 때도 있다. 직장에서 부대끼다 보면 그런 외로움은 사라진다. 본인의 멘탈과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직장에 편입되어 있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아기 엄마가 행복하게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주변의 참견과 오지랖은 심하고 만만한 상대에게 검열은 더욱 혹독하다"면서 "육아 자체는 무척이나 기쁘고 보람된 일이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다. '맘충' 소리 때문에 힘들다면 그냥 업무 전선에 복귀하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B씨의 말에 동조하며 "희한한 것은 아기 아빠랑 다니면 욕을 안 먹는다. 아기와 엄마 둘만 다닐 때만 세상의 눈초리가 매섭다", "육아휴직 중인데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사회에서 도태되는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자존감 도둑들이 많다. 남편 월급 루팡 취급 당할 때도 있다", "아기는 정말 예쁘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남편은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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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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