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류에게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의 경쟁은 전쟁보다는 축복에 가까웠다. 전쟁의 승자인 교류는 변압이 용이하다는 장점 덕분에 장거리 송전에 활용되고 있다. 당시 패배했던 직류 역시 철도와 배터리, 태양광발전,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 결과로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혜택을 누리는 현상을 경제학에서 ‘기술 파급 효과’라고 부른다.
오늘날 일상에서 활용되는 각종 기술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기술 파급 효과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냉전시기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경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미국과 러시아는 유인 우주선과 로켓 등을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각종 기술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파생·개량된 발명품으로 자동차 에어백, 내비게이션, 위성항법장치(GPS), 적외선 체온계, 메모리폼 등이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기술 파급 효과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파급 효과가 큰 산업을 선택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메모리칩 개발의 파급 효과가 감자칩 개발의 파급 효과보다 크다면 반도체산업을 식품산업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특허제도를 선호한다. 특허는 새로운 기술이나 물건을 발견한 사람에게 일정 기간 배타적인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부는 특허제도를 통해 외부효과를 가진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해 파급효과를 유도하고, 특허를 출원한 기업이 연구와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 에디슨은 평생 동안 특허 1093개를 출원해 2003년까지 개인 기준 미국 최다 특허 출원 기록을 보유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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