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도심 속 집비둘기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올림픽 행사를 위해 해외에서 대량으로 들여온 집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에서 ‘닭둘기(비둘기가 닭처럼 뚱뚱하다는 의미)’로 전락하며 도시 내 골칫거리가 됐다. 악취, 불쾌감을 일으키고 배설물로 인한 건물 부식 등의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지난해 서울에서 비둘기와 관련한 민원 건수는 4년 전에 비해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비둘기 퇴치업체 ‘호황’
한국경제신문이 12일 서울시 25개 구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2015년 126건이던 비둘기 피해 민원 건수는 2017년 233건, 작년에는 388건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남모씨(27)는 “회사 때문에 서울역 부근을 자주 다니는데 비둘기 수십 마리가 무리지어 다녀 냄새, 소음 등 혐오감을 준다”며 “비둘기가 많이 모이는 몇몇 지역이라도 제대로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둘기가 아파트 베란다 난간이나 에어컨 실외기에 둥지를 트는 경우도 많다. 일반인이 이를 치우는 게 어렵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비둘기 둥지 등을 제거해주는 퇴치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비둘기 퇴치업체는 둥지를 제거하고, 배설물을 청소한 뒤 다시 둥지를 틀지 못하게 철망이나 버드스파이크(플라스틱판에 여러 개의 철핀을 꽂아 조류가 앉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해주는 대가로 20만~40만원을 받는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사이트 ‘숨고’에 따르면 비둘기 퇴치 서비스를 시작한 2017년 이후 문의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숨고 관계자는 “이번 분기 최대 신청 건수를 경신했다”며 “올해 상반기 서비스 신청 건수가 작년 하반기 대비 240%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먹이 제공 시 과태료 물려야”
전문가들은 도심 비둘기 증가의 큰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먹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모든 생물은 자연적인 개체 수 조절 능력이 있는데 도시 환경이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도심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은 데다 취미로 먹이를 주는 사람까지 있어 비둘기가 번식을 여러 차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둘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 환경부의 ‘유해 집비둘기 관리업무 지침’에 따르면 비둘기로 인한 피해가 있을 경우 각 지자체에서 대략적인 개체수를 파악하고 관리하도록 돼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조류기피제 부착, 먹이 주기 금지 홍보와 계도 활동 정도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있어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며 “유해 조수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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