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가 내년 540조원이 넘는 거대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한국판 뉴딜과 복지·고용 분야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려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결과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도 급증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인 2022년 말 1000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12일 기재부에 따르면 중앙부처가 예산실에 제출한 '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 요구 규모는 총지출 기준 542조9000억원이었다. 올해 본 예산안 512조3000억원 대비 6.0% 증가했다.
◇한국판 뉴딜, 복지 예산 급증
분야별로 보면 복지와 고용분야 예산 요구액이 가장 많았다. 올해 180조5000억원이었던 이 분야 예산은 9.7% 늘어난 198조원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실시되는 등 고용안전망 강화 예산과 기초연금 및 기초생활보장 등 사회안전망 확충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소관 부처의 의견이다.
한국판 뉴딜의 주요 추진부처인 산업·중기 분야는 12.2%의 증액을 요구했다. 디지털·비대면 산업 분야 창업?벤처 활성화,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영안정·성장 지원, 온라인 수출 지원,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등을 위해 올해보다 2조9000억원 많은 26조6000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린 뉴딜을 중점 추진할 예정인 환경 분야는 온실가스 감축, 스마트 지방상수도 등 먹는물 안전관리, 녹색 산업 등에 쓰겠다며 7.1% 증액을 요구했다. 국방과 사회간접자본의 예산 요구액은 올해 본 예산 대비 각각 6.0%, 4.9% 많은 수준이다.
반면,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은 증액 요구 규모가 2000억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 교육예산은 세수감소에 따른 교육 교부금 축소 영향으로 3.2% 삭감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같은 예산 요구액이 이후 6월 이후 정책 수요에 따라 증액되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이다. 작년 이맘때 정부부처가 기재부에 요구한 예산은 498조7000억원으로 2019년 예산(469조6000억원) 대비 6.2% 많은 수준이었지만 국회를 최종 통과한 본 예산안은 요구액 대비 2.7% 증가한 512조3000억원이었다. 비슷한 비율로 이번에도 추가 증액된다고 보면 내년도 예산안은 550조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국가채무 정권 말 1000조원 넘을 듯
예산 규모가 커지면서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당장 정부가 2년 후 2022년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공식화했다. 기재부는 지난 4일 3차 추가경정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총량 효과' 보고서를 첨부했다.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올해 세차례 추경을 반영해 수정한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 시기가 1년 앞당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수 감소와 거대 예산이 맞물리면서 2022년 말 국가채무가 1030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전망에선 2023년 국가채무가 1061조3000억원을 기록해 1000조원을 처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었다.
규모 뿐 아니라 속도도 문제다. 3차 추경까지 고려한 올해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인데 2년간 약 200조원 가량이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말 50%를 처음 넘겨 51.7%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역시 기존 전망(46.4%) 대비 5.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만약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예측처럼 한국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면 국가채무 비율을 계산하는 모수인 GDP가 감소해 채무 비율이 이보다 더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본소득제, 2차 재난지원금과 같은 재정 살포형 코로나19 대책이 추가로 나오면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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