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자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NSC는 올 들어 세 차례 감행된 북한의 도발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 때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11일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회의 후 직접 브리핑에 나선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 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대한 발표 이후 7개월 만이다.
대북 전단 살포 처벌을 놓고 통일부에 이어 하루 만에 청와대까지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탈북자 단체를 경찰에 고발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북한은 남북합의 이후에도 작년 13차례, 올해 5차례 미사일도발을 강행했다. 최근에는 GP총격까지 가한 바 있다. 북한은 GP총격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해명조차 거부했다.
더 심각하게 남북합의를 위반해온 북한이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다.
보수 야권에선 "북한 미사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던 정부가 왜 대북전단만 막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미래통합당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여정의 대북삐라 노여움 한마디에 청와대, 통일부, 국방부가 그 뜻을 받드느라 일사불란한 모습"이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맞나. 우리 정부가 아니라 김여정의 지시를 따르는 북한 기관 같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오직 북한 비위를 맞춰서 대화와 교류협력하자는 대북정책은 잘못"이라며 "자존심 버리고 봐주고 기다리는 것도 정도가 있고 원칙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가치와 안보마저 뒤로 미룬 채 북한 비위를 맞추는 건 국가가 할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정부가 북한 항의에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굴욕적"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탈북민들이 북한에 전단을 보내는 이유는 북한 땅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정보의 자유를 주기 위한 것이다. 긴장조성,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부담 등 통일부가 말하는 전단 금지 이유들은 민망하고 서글픈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그 법률이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적 총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북한정권 넘버투의 불호령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에 굴욕과 참담함이 앞선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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