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메신저' 김여정, 남북관계 파국의 주역 된 까닭

입력 2020-06-14 08:51   수정 2020-06-14 10:27


'평화의 메신저'였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냉각기의 주역'으로 돌변했다. 불과 2년새 태도가 달라지면서 남북관계 차단에 앞장서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시작으로 전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대남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는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험로를 예고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는 한반도 내 평화의 메신저로 불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그는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남한을 찾았다. 김일성 일가의 이른바 '백두혈통'이 남한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오빠의 친서를 전달했다. 화기애애하게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예선 첫 경기도 관람했다.

마지막 날엔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함께한 비공식 환송만찬 자리에서 "하나 되는 그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을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며 덕담까지 했다. 2018년 4월 서울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9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각각 의전을 수행하며 행사의 분위기를 빛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김 제1부부장이 본격적인 '배드 캅'(거친 경찰) 역할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3월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청와대의 북한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유감 표명을 맹비난했다. 담화문엔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바보스럽다', '저능하다' 등 원색적인 표현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혈육이자 국정운영의 동반자인 김 제1부부장이 직접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은 북한 지도부의 격앙된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 4일 담화에선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을 '쓰레기', '똥개' 등 거친 표현을 앞세우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남측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점입가경으로 13일 담화에선 본격적인 대남 군사행동까지 예고했다. 그는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언급했다. 자신이 명실상부한 '2인자'임을 드러낸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일련의 담화가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을 대내외 각인시키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월 문 대통령과의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김여정이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담화에서 김여정을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라고 했다. 이어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자신의 권한이 김 위원장과 당, 국가로부터 부여받았다고 공식 선언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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