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中國夢은 없다

입력 2020-06-14 16:45   수정 2020-06-15 00:09

중국이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이후 최대의 국란에 직면했다.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대유행)으로 확산되고 홍콩 사태로 미·중 갈등이 심화됐다.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금년도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에서 상황의 엄중함을 엿볼 수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양회(兩會)가 던진 메시지는 이보촉온(以保促穩)과 온중구진(穩中求進)이다. 보장을 통한 안정과 안정 속 성장 추구로 ‘살아남자’는 결연한 의지 표명이다.

우한 사태가 진정되면서 경제 회복에 시동을 걸었지만 가시밭길이다.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6%로 전월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투입도 부채 문제로 녹록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의 4% 규모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12%와 대조된다. 총부채 비율은 3월 말 317%에 달한다. 기업부채 비율은 작년 말 150.3%로 글로벌 평균 91.6%를 웃돈다. 지방정부의 숨은 부채와 지방정부 융자회사 부채를 포함하면 더욱 심각하다.

일자리 대란이 우려된다. 청년 일자리에 비상이 걸렸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이 14% 선으로 전체 실업률의 두 배 이상이다. 100만 명 이상의 대졸 미취업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국유기업 입사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위기 이후 사라진 노점 살리기를 코로나 실업대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도시 실업난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콩 사태는 또 다른 도전이다. 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소요와 미·중 대립은 중국 경제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홍콩 소요는 정부가 핍박하면 국민이 반항한다는 관핍민반(官逼民反)의 전형적 사례다. 홍콩 시민이 누려온 정치적 자유에 대한 사망 선고다. 일국양제(一國兩制) 약속 위반이고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는 항인치항(港人治港) 원칙 훼손이다. 2018년 홍콩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75%가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니라 홍콩인으로 생각한다.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6년 18.5%에서 2018년 2.4%로 줄었지만 글로벌 금융허브 위상은 여전하다. 1300개 미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해외 자금의 70%가 홍콩을 통해 유입된다. 극심한 빈부격차가 아킬레스건이다. 상위 50대 거부가 부의 3분의 2를 보유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주장처럼 홍콩에서 법의 지배, 자본주의 체제, 자유선거 등이 사라지면 글로벌 금융자본이 계속 머물러 있을지 의문시된다.

미·중 갈등이 1979년 국교 정상화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홍콩 사태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주변국을 압박하는 전랑(戰狼) 외교도 문제를 키웠다. 중국 굴기는 세계화가 준 선물이다. 미국 주도 세계화에 동참해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라섰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 자립주의, 국수주의 부상 시 최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말처럼 개방이 중국을 괴물 프랑켄슈타인으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1820년 세계 GDP의 33%를 차지했던 영광을 재현하려는 중국몽(中國夢)이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왕이 외무장관은 “중국은 원칙과 배짱이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의 일방주의 때문에 지구촌의 반중(反中) 여론이 커지고 있다.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1%가 중국을 비호감 국가로 인식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일찍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갑자기 사나운 코끼리가 됐다”고 경고했다. 양국이 대결별 또는 신냉전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종래의 무역전쟁, 관세전쟁에서 원칙·거버넌스·국가전략을 둘러싼 패권 경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2단계 경제전쟁은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일 것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 규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미국 공장 건설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반도체 심장론’으로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이 대국으로서 존경받으려면 멈출 줄 알아야 한다. 깊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라는 사변독행(思辨篤行)의 참뜻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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