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어디에?…"성장주펀드가 가장 낫다"

입력 2020-06-14 17:13   수정 2020-06-15 00:45

‘글로벌 혁신기업·성장주에 투자하라.’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 10명은 ‘코로나19 장세에서 어떤 퇴직연금 펀드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14일 이같이 답했다. 운용사 대표들은 자사와 타사 펀드를 불문하고 국내외 성장주 펀드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과 한국에서 전통 산업 강자 대신 언택트(비대면) 업종 등에서 기술력을 갖춘 소수 성장주가 주식시장 주류로 자리잡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산업 지형의 변곡점에서는 퇴직연금 펀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美 혁신기업, 장기 성장 이어진다”

운용사 대표들은 미국 정보기술(IT) 혁신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사와 타사 펀드를 나눠 한 개씩 추천받았는데 20표 중 6표가 성장주 펀드에 몰렸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운용하는 ‘에셋플러스 글로벌리치투게더’는 추천 펀드 목록에 유일하게 복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 펀드는 혁신기업, 고부가 가치 창출 기업에 집중하면서도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선진국과 신흥시장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페이스북, 알파벳, 아마존 등 미국 기술주 외에도 에르메스, 로레알 등 하이엔드 소비재주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을 담고 있다. 2014년 설정된 퇴직연금형은 누적 103%, 올 들어 7%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역동적인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글로벌 리딩 기업은 장기적으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어 연금 성과를 안정적으로 올리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설정된 북미 주식형 펀드 중 최대 규모인 ‘AB 미국그로스’도 비슷한 이유로 추천 목록에 올랐다. 미국 IT, 헬스케어 업종의 대형 성장주 40~60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우량주 중 잉여현금흐름이 높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종극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은 위기 상황이 와도 수익 회복이 빠른 편”이라며 타사 펀드 중 ‘한국투자 웰링턴글로벌퀄리티’를 추천했다. 잉여현금흐름에 기반해 기업 이익, 밸류에이션, 주주 이익 환원, 성장성 등을 따지는 가치투자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IT 기업 외에도 금융, 산업재, 헬스케어, 순환소비재 등의 비중이 높아 경기 사이클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글로벌 혁신·성장주 펀드로는 ‘NH-Amundi 글로벌혁신기업’ ‘피델리티 글로벌테크놀로지’ 등도 추천 대상에 올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IT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잠재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권준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는 ‘미래에셋 코어테크’를 꼽았다.

“저금리 시대, 배당주 펀드가 대안”

퇴직연금 펀드는 자주 갈아타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고배당주에 장기 적립식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국내외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는 총 4표를 받았다. ‘신영 밸류고배당’ ‘신영 퇴직연금배당주식’ ‘한국밸류 10년투자퇴직연금배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데 주요 기업들의 배당률은 안 떨어졌다”며 “배당주 투자가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인컴형 펀드로는 ‘피델리티 글로벌배당인컴40’이 이름을 올렸다.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퇴직연금은 주식형보다 혼합형으로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인컴자산은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에 퇴직연금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미래에셋 퇴직플랜글로벌다이나믹’도 추천 펀드로 꼽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 대표들은 자사 펀드 중에선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대부분 추천 1순위로 꼽았다. TDF는 투자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운용사가 알아서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자산 재배분)해 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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