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북 정상회담 2주년(12일)을 맞아서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울 것”이라며 핵전력 증강 뜻을 내비쳤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국내 곳곳에는 ‘평화가 온다’는 문구를 담은 6·15 선언 20주년 기념 현수막이 걸렸다. 김대중 정부 때 시작된 햇볕정책과 6·15 남북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지만, 이후 20년간 한반도에는 ‘어떤 평화’가 왔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을 인질로 삼아 ‘한반도 불바다’로 위협하고, 다른 한편으론 ‘평화 카드’를 내밀며 흥정하는 북한의 양면전략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그러는 사이 한국의 군사·안보체계는 곳곳에서 와해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해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이어 최근 충남 태안에 중국인이 탄 밀입국 보트가 닿을 때까지 군이 아무런 경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제주 해군기지에 민간인이 들어가 활보하고, GP에 북한군 총탄이 날아드는데 조준사격이 아니라고 애써 외면하는 등 군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 북한의 핵전력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데 이렇게 안보 태세가 허술하고 무력해도 되는지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제부터라도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만 앞세워 북한의 대남전술을 어린아이 응석 받아주듯 하는 행태는 끝내야 한다. 북한의 온갖 막말과 도발 협박에 대해 왜 한마디도 못 하는지 국민은 납득할 수 없다. 이런 판국에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고, 천안함 피격에 따른 5·24 조치를 폐기하는 식의 대응은 사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의 역할인 안보, 외교, 경제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안보다. 안보가 무너지면 국가와 국민의 존립이 불가능하다. 5개월 남은 미국 대통령선거 전에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고 철저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생떼와 협박에 국민적 공분이 쌓일 대로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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