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오 브이씨 대표(사진)는 지난 11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시계형 측정기는 가격이 저렴하고 편의성은 뛰어나지만 레이저로 직접 핀을 찍는 측정기에 비해 홀 위치 변화 등의 정보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오토핀로케이션(APL) 기술로 이런 문제를 해소했다”고 강조했다. APL은 깃대에 부착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통신 장치에서 나오는 위치신호를 거리측정기가 받아 실시간으로 핀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 브이씨는 SK텔레콤과 이 기술을 공동 개발한 뒤 현재 가평 프리스틴밸리CC, 광주 남촌CC 등 37개 골프장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거리 오차 범위가 ‘㎝ 단위’일 정도로 정밀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브이씨는 올해 말까지 제휴 골프장을 100여 개로 늘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AI)과 GPS를 결합하면 골퍼에게 거리뿐 아니라 코스 공략법 등을 입체적으로 안내할 수 있다”며 “올초 출시한 T7은 골퍼의 위치를 파악해 자동으로 코스맵과 코스의 높낮이를 보여주는 등 ‘손안의 캐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APL을 앞세워 해외시장 개척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시범 사업을 통해 AI 알고리즘과 APL 기술을 안정화한 뒤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국 UCLA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공학도 출신. 그는 2005년 반도체 설계회사를 창업한 뒤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우연찮게 골프사업으로 항로를 바꿨다. 골퍼라면 대다수가 알고 있는 ‘보이스 캐디’가 그가 내놓은 대표 브랜드. 김 대표는 “골프를 치면서 당시 벽돌 모양의 단말기형 거리측정기가 무겁고 불편하다고 생각했다”며 “골퍼들이 모자에 볼마커를 붙이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어 모자에 붙이는 세계 최초 음성안내 거리측정기 ‘보이스 캐디’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섣부른 외도일 것 같던 시도는 회사의 본업을 바꾸는 대성공을 거뒀다. 경쟁사의 3분의 1에 불과한 가격과 편의성이라는 쌍두마차를 앞세운 보이스 캐디는 10개월 만에 10만 대가 팔려나갔다. 브이씨가 지난 9년간 판매한 거리측정기는 100만여 대. 김 대표는 “골퍼들이 필드에서 드라이버를 몇 미터를 쳤고, 플레이를 어떤 식으로 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업은 우리밖에 없다”며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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