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직 많이 사랑한다" 의붓딸 학대한 창녕 계부의 끔찍한 말 [승재현의 사이다]

입력 2020-06-15 18:05   수정 2020-06-15 18:10



“딸. 많이 사랑해.”

15일 구속된 의붓딸 학대 창녕 계부가 피의자 심문을 받으러 가면서 한 말이다.

이 말을 듣는 국민들의 마음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아이에게 학대 그 이상의 학대를 한 계부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충남 천안에서는 9살 아이가 계모의 학대로 여행 가방 안에 갇혀 있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이어 지난 29일 9살 난 아이에게 사실상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동학대 사망사고가 일어날 때 마다 청와대, 국회 그리고 관련 부처는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끝도 없는 수 많은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나아진 것은 없다. 왜 이럴까.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국회, 관련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사회와 가정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를 사랑한다"는 절대명제다. 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이는 부모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부모 사랑은 아이 생존에 절대 조건이다. 그래서 부모로 부터 어떤 학대를 받아도 아이는 부모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살아야 되니까. 다른 선택지가 없다. 우리나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피해아동에 대한 응급조치(제12조) ‘피해아동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은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다음으로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는 절대명제가 아니다. 아니 필자는 감히 ‘거짓명제’로 본다. 자식 사랑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전근대적 가부장적 사회에서 내려온 자식은 나의 ‘소유’라는 관점에 따르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객체에 지나지 않는다. 자식이 울고 귀찮게 굴 때 아이를 죽인다거나,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이유가 다 이 때문이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의지’이자 ‘학습’의 결과이다. 자식 사랑은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학습되어야 한다. ‘인내’, ‘용서’, ‘배려’가 그것이다. 이 모든 요소는 또한 완전히 의지적 행동이다. 절대 그냥 되지 않는다. 본능이 아니란 말이다. 마음에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본 사건에서 계부는 아이에게 용서도, 인내도, 배려도 하지 않았다.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 프라이팬 등을 이용해 몸 일부를 지졌고, 하루에 한끼만 먹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쇠사슬로 목을 묶어 자물쇠로 잠근 뒤 테라스에 방치했다고 전해진다.

도대체 어느 대목에서 아이를 많이 사랑했다는 것인가?

창원지법 밀양지원 영장전담 신성훈 판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계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 3시간 30분만에 전격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14일 계부에게 아동복지법(상습학대) 위반 및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 발부는 누가 보아도 적법한 절차였다.

계부는 '아이를 괴롭힌 이유는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남의 딸로 생각하지 않았고, 아직도 많이 사랑한다"고 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