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폭염으로 국내 음료용 페트(PET)병 업계 1위 삼양패키징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름 성수기 효과에 따른 수요 확대와 함께 아셉틱(aseptic·무균) 음료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수익성까지 좋아지고 있어서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양패키징의 올 1분기 금융비용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6배를 나타냈다. 지난해 8.8배에서 큰 폭으로 낮아졌다. 삼양패키징의 지난해 EBITDA 마진은 18.8%였다. 경쟁 업체의 최대 두 배를 웃돈다. 테크팩솔루션은 삼양패키징에 비해 소폭 낮은 13.4%지만 한일제관과 롯데알미늄은 각각 7.6%, 4.9%에 그치고 있다.
삼양패키징은 2014년 삼양사의 PET 용기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올 3월 말 기준 삼양사가 지분 56%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를 비롯해 광동제약, 빙그레, 해태음료, CJ제일제당과 오랜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양패키징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PET 용기 제조와 아셉틱 충전의 큰 축으로 구성돼 있다. PET 사업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35% 수준이다. 국내 1위다. 아셉틱 충전 부문은 시장 점유율이 80%를 웃돈다. 후발주자들이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삼양패키징의 아성을 무너뜨리진 못하고 있다.
음료병 시장에 여름은 최대 성수기인데다 올해는 일찍부터 폭염이 예고돼 있긴 하지만 사실 사업 환경이 긍정적인 편은 아니다. 주요 전방 시장인 국내 주류·음료 업계가 경제 둔화와 인구성장률 하락 등으로 뚜렷하게 성숙기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양패키징은 고부가 가치 산업인 아셉틱 부문의 활약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아셉틱은 쉽게 말해 음료수나 차를 무균 상태에서 병에 주입하는 기술이다. 원료의 본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삼양패키징이 2007년 국내에서 최초로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아셉틱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추세다. 일본 음료 시장에서 아셉틱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해 20% 수준인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삼양패키징의 PET 매출은 전년 대비 2.8% 줄었지만 아셉틱 매출은 10.4% 증가했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고부가 사업인 아셉틱 충전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꾸준히 이익을 창출해낼 것"이라며 "내년에 신규 투자 계획이 있지만 영업현금창출을 토대로 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영업현금창출은 확대되고 투자 지출이 줄면서 순차입금이 감소했다. 지난해 말 순차입금은 1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억원 감소했다. 최근 3개년 평균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2.8배 수준이다. 올 3월 말 기준 삼양패키징의 총차입금은 2170억원이다.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15.8%로 만기가 고르게 분산돼 있다. 장기 차입금의 경우에도 지난해 12월 이후 매 분기 50억원씩 상환하고 있다. 금융권 미사용 여신 한도도 약 300억원에 달해 유동성 대응 능력이 좋은 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도 크지 않다. 식음료 산업이 필수소비재 성격이 강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에 다른 산업에 비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사업 경쟁력과 국내 최대 규모의 생산설비에 기반한 다품종 적기 공급 능력을 봤을 때 매출이 중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판매 가격이 원자재 가격에 연동돼 산정되는데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 추세라 영업수익성 회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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