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5일(현지시간) 김 제1부부장이 지난 주말 밤 발표한 담화는 미국과의 협상에 진척이 없어 생긴 분노를 감추기 위해 한국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린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는 북한 전문가 에드워드 하월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한국,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진전이 없어 화가 난 북한이 근원적인 분노를 가리려는 담화였다고 평가했다. 하월은 북한이 잇단 미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대화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제재 완화를 기대했지만 협상이 결렬되며 불만이 싹 튼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조지메이슨대학 한국분교 방문학자는 "북한은 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약간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역대 위기의 순간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활동을 자극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CNBC 방송도 같은 날 존 박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의 말을 인용해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벌인 정상 간 외교의 실패에서 북한이 느낀 좌절감이 읽힌다고 보도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잇달아 대남, 대미 비난 담화를 발표하는 것은 미북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한 이후 2년 넘게 아무런 진전이 없다 보니 북한 주민들의 실망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지난 13일 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은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철거와 군사행동을 예고하는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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