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정보기술(IT) 테마 공모펀드 29개의 순자산은 2조4717억원에 달한다. 설정액은 1조4471억원으로 올초 대비 5169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글로벌 4차 산업혁명 테마 펀드 40개의 순자산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연초 이후 1조원 넘는 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갔지만 4차 산업혁명 테마 펀드에는 70억원이 순유입됐다.
투자자 예탁금이 48조원으로 사상 최고치인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이 펀드를 외면하는 현상이 장기화되자 운용사들은 4차 산업혁명, 언택트 등을 앞세운 성장주 펀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관심이 커진 언택트주만 담은 펀드를 새로 설정하거나 기존에 있던 상품을 리모델링하고 이름을 고쳐 선보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달 ‘한화글로벌언택트’ 펀드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달 ‘글로벌넥스트노멀’ 펀드를 출시했다. 모두 전자상거래, IT 기업, 바이오 등 글로벌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기존 펀드를 코로나19 이후 산업지형 변화에 맞춰 새로 구성해 선보이는 ‘리모델링 펀드’도 눈에 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종전의 ‘삼성 대한민국 신주종산업’ 펀드를 ‘삼성 언택트 코리아’로 리모델링했다. 원래 2차전지 관련 종목을 주로 담았지만 재편한 포트폴리오에서는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5세대(5G), 반도체 등 종목이 포함됐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2006년 설정한 ‘신한BNPP 좋은아침 코리아’를 ‘신한BNPP 코리아 신경제’ 펀드로 바꿨다. 마찬가지로 네이버, 카카오의 비중이 크고 전기차 관련주인 LG화학 등에도 투자한다.
원래 있던 펀드를 언택트 테마에 맞춰 다시 마케팅에 나서는 운용사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Global X CLOU ETF’ ‘TIGER200 커뮤니케이션서비스 ETF’ ‘TIGER K게임 ETF’ 등을 언택트 테마형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KB자산운용도 반도체, 디스플레이주에 투자하는 ‘KBSTAR 200IT ETF’를 언택트 상품으로 엮었다.
국내 주요 운용사의 주식형 공모펀드 운용 스타일도 가치주보다 성장주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로서는 전통 성장주, 밸류 스타일 이외에 성장하는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는 ‘GARP(Growth at Reasonable Price)’, 리커버리 등 추가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며 “국내 상장사 중에는 제약·바이오, 소프트웨어, 2차전지, 중국 관련 소비주 등 성장주로 분류되는 업종 쏠림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새로운 주도주를 발굴하고, 이는 국내 펀드시장의 판도를 바꿔놓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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