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책임한 국민연금 개혁 포기…자식들에게 폭탄 또 안겼다

입력 2020-06-16 18:10   수정 2020-06-17 00:27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 포기를 선언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전달한 세 가지 개선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마련한 것으로 정부가 다시 특별히 만들 안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개혁이) 대선에서 주요 아젠다로 오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사노위에서 작년 8월 내놓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올리되 소득대체율 45%를 유지하는 1안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10%로 올리는 2안 △현행대로 두는 3안 가운데 정부 최종안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연금 개혁을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기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포기한 것은 미래세대에 ‘폭탄’을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2057년 기금이 바닥난다는 게 공식 추계 결과다. 최근 더 빨라진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기금 고갈시기는 당겨질 수 있다. 서둘러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합리적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정부가 그 책무를 내팽개친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국민에게 약속했던 국민연금 개혁 공약을 어기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30여 년 뒤 파국이 예고돼 있다. 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더 걷고 덜 받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연금 수급자인 국민에게는 인기 없는 정책일 것이다. 정부가 연금 개혁을 포기한 것도 ‘국민이 싫어할 정책은 추진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다. 설상가상으로 여당 의원들은 기금이 고갈돼 국민연금 지급을 못 할 상황이면 국가가 재정으로 부족분을 메워주자는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일뿐더러 국민연금을 넘어 국가재정까지 파탄 낼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가 무책임하게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폭탄’은 국민연금만이 아니다. 적립금 고갈이 뻔히 보이는데도 건강보험 보장률을 무리하게 70%로 끌어올리려는 ‘문재인 케어’도 마찬가지다. 경직된 노동시장 개혁을 회피한 채 친(親)노조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고 노조 기득권만 강화할 뿐이다.

정부·여당이 꼭 해야 할 개혁은 하지 않고 포퓰리즘에만 빠져드는 것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할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이제라도 ‘보험료 인상 없는 소득대체율 상향’과 같은 허황된 약속이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없었음을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 또 국민연금 개혁의 절박성을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고통분담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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