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을 포기한 것은 미래세대에 ‘폭탄’을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2057년 기금이 바닥난다는 게 공식 추계 결과다. 최근 더 빨라진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기금 고갈시기는 당겨질 수 있다. 서둘러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합리적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정부가 그 책무를 내팽개친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국민에게 약속했던 국민연금 개혁 공약을 어기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30여 년 뒤 파국이 예고돼 있다. 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더 걷고 덜 받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연금 수급자인 국민에게는 인기 없는 정책일 것이다. 정부가 연금 개혁을 포기한 것도 ‘국민이 싫어할 정책은 추진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다. 설상가상으로 여당 의원들은 기금이 고갈돼 국민연금 지급을 못 할 상황이면 국가가 재정으로 부족분을 메워주자는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일뿐더러 국민연금을 넘어 국가재정까지 파탄 낼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가 무책임하게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폭탄’은 국민연금만이 아니다. 적립금 고갈이 뻔히 보이는데도 건강보험 보장률을 무리하게 70%로 끌어올리려는 ‘문재인 케어’도 마찬가지다. 경직된 노동시장 개혁을 회피한 채 친(親)노조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고 노조 기득권만 강화할 뿐이다.
정부·여당이 꼭 해야 할 개혁은 하지 않고 포퓰리즘에만 빠져드는 것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할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이제라도 ‘보험료 인상 없는 소득대체율 상향’과 같은 허황된 약속이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없었음을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 또 국민연금 개혁의 절박성을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고통분담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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