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개성공단 입주기업들 '비통'

입력 2020-06-16 17:58   수정 2020-06-16 18:24


북한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김서진 상무는 16일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문재인 정부와 체결한 9·19 평양 공동선언에 대한 공식 파기를 의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9·19 평양 공동선언은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결한 공동선언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와 철도·도로 구축 등 남북경제협력 관련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우선 정상화하자"고 선언했다.

김 상무는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9·19 공동선언 등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 상무는 "(정부가) 불러서 한 번 설명해주면 좋은데 친절한 정부가 아니다. 지난 3월 통일부와 비공식 접촉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북측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설비 철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김 상무는 "(실제 강행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입주기업들에게 막 소식이 전해졌을텐데 다들 심란한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상무는 "개성공단은 6·15 공동선언의 결과물이고, 선대의 약속이기 때문에 달리봐야하지 않겠느냐"며 일말의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한 협회의 활동은 전날에도 계속됐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금강산기업협회 등 단체들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 및 4대 공동선언 비준 동의'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협력을 망치는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즉각 제정 △6·15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즉시 이행 △남북 정상 간 4대 공동선언 비준 등을 요구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와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의 상징들이 폐기될 전면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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