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에 새로운 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 지식인들은 두 나라의 대립을 ‘신냉전(cold war)’이라고 부를 것인지를 두고 싸우는 데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이 말은 과거에도 한동안 쓰였다. 역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월터 러셀 미드 미국 외교정책위원회 수석연구원은 이 용어를 여러 차례 썼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18년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중국의 미국 중간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한 이후부터다. 작가 로버트 카플란 역시 작년 1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새로운 냉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역사학자 닐 퍼거슨은 “2차 냉전이 시작됐다”고 말했고,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우리는 냉전의 언덕에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정치 세력이 두 나라를 신냉전의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거의 매일같이 중국 공산당은 “미국 정부가 냉전적 사고로 매카시즘의 유령을 불러내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맥스 보커스 전 주중 미국대사도 CNN과 중국 국영TV 등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조지프 매카시, 히틀러 등에 비유하며 이 같은 발언을 반복했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와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장 등은 신냉전이란 용어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이 말이 중국 공산당의 정치 선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좋든 싫든 새로운 냉전은 이제 현실이다. 두 나라의 협력적 관계를 바라기보다는 그것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 새로운 냉전의 전사들은 과거 냉전 시대를 되살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명백하게도, 중국은 옛 소련과는 다르다. 중국은 과거 소련보다 미국에 더 강력한 경제적 라이벌이 됐다. 또 미국과 중국은 옛 소련에 비해 더욱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은 때때로 화해적 제스처로 경제 교류에 나서기도 했지만, 지금의 미국은 어떤 분야에서는 아예 중국과의 단절을 주장하고 있다.
냉전의 교훈은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외교 정책을 놓고 합의에 이른다는 것은 낭만적일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과장돼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과 대결하는 데는 당을 초월한 합의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서로 중국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공격한다. 매파적인 공화당이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 이슬람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데는 진보주의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지금의 새로운 냉전은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신냉전 시대에는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핵전쟁은 고사하고 재래식 전쟁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조언은 사실처럼 들린다. 전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전쟁을 막는 것이다. 자유세계는 선을 지키면서 중국 공산당을 저지한다는 방어 전략을 지속적으로 고수해야 한다.
그 노선을 지키고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군사력, 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한편에선 미국은 동맹국들과 자유주의의 가치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국이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모델을 수용하지 않도록 싸워 나가야 한다. 미국은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대규모 해외 주둔 전략을 피하면서 승리할 수 있다. 1957년 아이젠하워의 말을 다시 빌리자면 그 목표는 “세계인들을 공산주의보다 더 이상적인 집단으로 끌어들이면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냉전을 치르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항상 중국에 대해 경쟁적으로 공세를 강화할 위험성이 있다. 나는 개인적 경험을 갖고 있다. 매카시는 내가 대표하고 있는 의회 지역(위스콘신주) 출신이고, 그는 내 지역에 묻혔다. 나는 위스콘신에서 의회에 선출된 두 번째 해병대 정보관 출신이다. 매카시가 첫 번째였다.
미국은 외교 정책에서 자주 망치기도 했지만 여전히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냉전적 사고’는 스스로 교정할 수 있다. 우리는 실수로부터 배울 능력이 있다. 그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다.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질서에 맞서 새로운 냉전을 시작한 뒤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왔다.
우리가 그 힘든 현실을 부정하면 패배할 수 있다. 하지만 맞서 싸운다면 충분히 이길 것이다. 옛 소련 시대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초당적 합의와 동맹관계를 모색하고 무력충돌을 피하라.
원제=Yes, America Is in a Cold War With China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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