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2000년 이전으로 후퇴하고 있다. 북한은 남측을 비난하는 담화를 쏟아내고 군 총참모부가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시사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계획도 공개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17일 오전 대변인 발표문을 통해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남북관계를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뜻으로 '화해·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과 금강산 지역은 다시 북한의 정예부대가 주둔하며 한반도의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대변인은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 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면서 "북남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했던 민경초소들을 다시 진출·전개해 전선 경계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남해상 전선을 비롯한 전 전선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를 증강하고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 급수를 1호 전투 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정상적인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참모부가 밝힌 행동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대북성과이자 '한반도 안전판' 역할을 해온 9.19 군사합의의 사실상 파기 선언이다. 남측 합참에 해당하는 총참모부가 밝힌 이러한 '다음 단계의 대적 군사행동 계획'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이날 4900자가 넘는 장문의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철면피한 궤변"이라고 비판하면서 남북간 교류·협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또한 문 대통령 발언을 고리로 남측이 지난 2년간 남북합의 이행은 하지 않고 미측에 끌려다녔다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남북관계 교착 원인을 남측에 돌렸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