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 긴축신호 낼까 말까…한은 '한국판 양적완화' 연장 저울질

입력 2020-06-23 13:32   수정 2020-06-23 13:52


한국은행이 이달 30일 마무리되는 '한국판 양적완화' 조치의 연장방안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조치로 15조원에 육박하는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면서 금융회사 자금 여건이 개선되고 시장금리도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조치를 중단할 경우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줄 수 있는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회사 33곳이 매입을 요청한 환매조건부채권(RP)를 모두 사들이는 내용의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 제도'가 이달 30일 만료된다. RP는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채 등이 담보로 제공된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사실상 양적완화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언급한 이 제도를 통해 한은은 14조1600억원(누적 기준)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한은은 12차례 매입을 추진했고 첫 매입을 추진한 지난 4월2일 5조2500억원어치 RP를 사들였다. 하지만 이후 매입 요청 금액은 줄어들었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여러 유동성 공급 조치를 내놓자 시장 금리와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결과다. 5월 19, 26일에는 매입을 요청한 금융회사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매입 요청 규모가 되레 늘었고 이날 RP 72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한은은 이 제도의 연장 방안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한은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원점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금융시장국 관계자와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낼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3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내림세를 보인 데다 금융회사 등이 원활하게 자금조달을 하고 있는 만큼 이 제도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등 금융시장 변수가 적잖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한은이 코로나19 직후 첫 유동성 긴축 조치를 취한 것이 되는 만큼 금융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코로나19 직후 늘려왔던 국채 보유액도 이달 들어서는 줄었다. 이날 기준 한은이 보유한 국채는 17조7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보유 규모가 사상 최대였던 지난 4월 말 19조571억원과 비교해 1조300억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이달 10일에 국채 1조3500억원어치의 만기가 도래한 영향이다. 한은은 올해 3월 20일과 4월10일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 1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인 직후 두 달 동안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경우 보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한은 금통위 본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현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자본 유출이나 유동성 함정 우려가 없는 금리 수준의 하단)에 상당히 근접했다"며 "양적완화를 비롯한 비전통적 정책수단의 도입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 수준에서 운용하면서 국채매입에 나섰다"며 "한국도 영국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준금리 이외 정책 수단을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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