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금세 버려지는 옷들에 대한 책임감, 바로 거기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은 시작됐습니다. '자라', 'H&M' 등으로 대표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유행하면서 '쉽게 옷을 사고 쉽게 버리는 행태'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나왔죠.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파타고니아', '나우' 같은 '친환경 브랜드'가 성장하는 것도 '착한 소비'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버려지는 옷을 줄이자'에서 한 단계 나아가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말자'로 발전했습니다. 가짜 털인 '에코 퍼'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빠르게 늘어났죠. 가공 과정에서 물을 적게 사용하고, 빈곤국 아동 등의 인권을 착취하지 않으며,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들이 계속 많아지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아르마니', '알렉산더 맥퀸' 등 유명 브랜드들이 에코 퍼를 사용해 겨울 옷을 만들고 있죠. '구찌'도 에코 퍼 제품군을 늘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17일엔 재생 나일론인 '에코닐'을 주요 소재로 만든 '오프 더 그리드' 컬렉션을 내놨습니다. 남은 자투리 나일론 원단을 재활용했고, 해양 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 매립지에 묻히게 될 낡은 재료들을 다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걸 새로운 고품질의 실, 원단으로 뒤바꾸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텐데, 이처럼 시간과 돈과 노력을 기울이는 까닭은 그만큼 "구찌는 환경 친화적인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일 테죠.
구찌가 처음 재생 나일론을 사용한 건 2016년이었다고 합니다. 명품 브랜드들 중엔 최초였죠. 구찌는 계속 재활용 소재 제품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재생 나일론 외에도 메탈 프리 방식으로 가공한 가죽, 재활용 폴리에스터와 재활용 브라스, 금, 팔라듐 금속 코팅, 또 무용매 접착제 등 '지속가능한 대체 재료'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 한 가지 더. 오프 더 그리드 제품을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에코닐 원단은 '구찌-에코닐 프리 컨슈머 패브릭 테이크백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에코닐 원단으로 탈바꿈된다고 하네요. 구찌의 옷들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가죽도 '구찌 업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용된답니다.
이제 더 이상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입니다. 제품 제조과정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산림과 물, 동물 등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그 브랜드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브랜드인지, 공정무역을 중시하는 브랜드인지 등을 따져보고 소비를 하곤 합니다. 10년 뒤, 20년 뒤엔 얼마나 더 '친환경적'인 브랜드가 나올지, 또 패션업계에 부는 재활용 트렌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집니다.(끝) / spop@hankyung.com
관련뉴스